문화재하면 떠오르는 도시, 경주에 없는 문화재가 있다니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국가지정문화재에는 유형문화재(국보·보물), 기념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 국가민속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가 있다. 경주에 없는 문화재란 바로 ‘명승’을 말한다. 명승(名勝)이란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것’을 국가가 지정한 기념물이다. 경주는 국보, 보물, 사적은 매우 많지만 ‘명승’의 경우 단 한 곳도 없다. 한편 포항에는 명승으로 ‘용계정과 덕동숲’, ‘보경사 내연산 폭포’가 있다. 울산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포함된 ‘울주 반구천 일원’이 2021년에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국보의 경우, 포항에 1점이 있고 울산에 2점이 있지만 경주에는 32점이나 있다.  사적 역시 경주에 79곳이 있지만, 포항에는 2곳, 울산에 6곳이 있다. 경주에 ‘명승’이 없다고 명승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주에서는 명승으로 지정될 만한 곳이 대부분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불국사 경내’, ‘내물왕릉 계림 급 월성지대’를 포함한 4곳이 ‘고적 및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고적 및 명승’은 ‘사적 및 명승’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2009년에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고 ‘사적 및 명승’은 ‘사적’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4개나 있는 세계문화유산 도시이며 역사문화도시·역사관광도시인 경주에 ‘명승’으로 지정된 곳이 하나도 없으니 허전하고 자존감도 상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의 ‘명승’ 지정 기준에 의하면, 명승은 역사적 가치, 학술적 가치, 경관적 가치, 그 밖의 가치(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 제2조에 따른 자연유산에 해당되는 것) 등에서 하나 이상의 가치를 충족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서는 명승을 자연 명승, 역사문화 명승, 복합 명승으로 유형별로 분류한다. 지금부터 위와 같은 명승 지정 기준을 염두에 두고 경주에 명승으로 지정될 만한 곳을 몇 가지 제시해보려고 한다. 첫째는 용연폭포를 품고 있는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다. 신문왕 호국행차길은 신문왕이 문무대왕릉에 참배하려 오가던 길이며 ‘만파식적’의 이야기가 얽혀 있는 길로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 그 길 끝자락에는 용이 승천했다는 아름답고 웅장한 용연폭포가 있다. 이 길은 복합 명승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영주의 ‘죽령 옛길’과 강릉의 ‘대관령 옛길’은 이미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둘째는 옥산서원과 독락당이 있는 ‘안강 옥산천 일원’이다.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은 6년(1531~37) 동안 안강읍 옥산리에서 생활하였다. 이 시기에 ‘독락당’을 지어 탐구·사색하는 가운데 주변 4개 산에 이름을 붙이고 옥산천에 있는 각 바위의 특성에 바탕하여 다섯 곳에 징심대, 탁영대, 영귀대, 관어대, 세심대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를 ‘4산 5대’라고 한다. 18세기 초 이언적의 후손과 여러 선비들이 함께 옥산천에 옥산 구곡을 설정했다. 옥산천 일원은 내, 산, 바위 등 자연의 여러 요소가 잘 조화되어 있고 그곳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옥산서원, 보물인 독락당, 국보인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이 있어 복합 명승으로 지정할 만한 곳이다. 셋째는 ‘용담정과 용담계곡 일원’이다. 용담정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 거처한 곳이며 동학을 창도한 곳이다. 이곳은 수운의 부친인 근암 최옥이 과거 준비와 학문 연마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최옥은 용담계곡의 9개 지점을 노래한 용담구곡가를 지었다. ‘용담정과 용담계곡 일원’ 역시 복합 명승으로 지정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용담정과 용담계곡 일원’은 경주의 뉴 브랜드 소재의 하나인 ‘동학’과 직결되는 곳이다. 이상의 3곳 외에도 명승으로 지정될 만한 곳을 찾아본다면 더 거론할 수 있다. 경주시는 최근 뉴 브랜드로 ‘천년도시’ ‘황금도시’ ‘정원도시’라는 3개의 테마를 정해 10개의 브랜드 소재를 설정했다. 3개의 테마는 뉴 브랜드 추진전략인 ‘세계역사문화 중심도시’, ‘첨단과학·산업 도시’ ‘강·산·해 정원도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명승은 ‘역사문화도시’와 ‘정원도시’라는 브랜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키워드다. 경주의 대표적 도시브랜드인 역사문화도시의 강화와 새로운 도시 브랜드인 정원도시의 정립을 위해서 ‘명승’ 지정은 필요하다. 물론 관리해야 할 문화재가 넘쳐나는 시의 문화재과에 국가지정문화재의 추가 지정을 요망하기 전에 관련 부서의 인력과 예산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 명승의 지정을 통해 역사문화도시라는 도시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정립을 이룰 수 있길 바래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