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밝았다.
해마다 신년 계획을 세우고 어느덧 잊히고 또다시 한 해를 자꾸 맞다 보니, 어느새 아줌마가 되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새 아줌마는 새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서 작심삼일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하는 정도로, 쉽게 쉽게 한 해를 보내고, 행복함을 느끼며 일상의 감사함을 아는 지혜 부스러기도 조금씩 얻었다. 이것이 아마도 나이를 먹는 것이리라. ‘라떼는’을 외치며 꼰대스럼을 보이는 어른들은, 이렇게 뒤늦게 얻은 작은 지혜를 얻으며, 젊은이들에게 나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젊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젊은이들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자신이 느껴봐야,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다. 아무리 안타까워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도 젊은이들에게는 ‘라떼 타령’과 ‘꼰대의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학창 시절은 어떤가?
커다란 동그라미에 시간 단위로 나눈 철저한 방학 계획표.
계획표를 그리고 세우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생각과 고민으로 시간을 투자했지만, 막상 계획표에 따른 삶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동그라미가 조금만 비뚤어져도 지우개로 지우며 몇 번을 다시 그리고, 시간별 계획도 썼다 지우기를 무한 반복했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우리는 언제나 ‘내일부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방학이 끝나가고 밀린 숙제와 일기만 가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떼나 요즘 아이나 이건 한결같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엄청난 것을 기대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잘하는 정도만 되어도 성공이고, 어떤 일은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성공인 것도 있다. 아줌마가 반백을 살면서 얻은 지혜 부스러기 중에서 어떤 것이든 주변과 비교하여 나를 평가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을 배우든, 익히든 언제나 아줌마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할 뿐이다. 모두가 상황이 다르고 조건이 다른데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쉽게 익히는 것 같고 나는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 같아 힘이 빠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포기하게 되는 일들이 있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최고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발전한 나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잘하는 사람과 재능이 있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여 스스로 나를 포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는 생각을 바꿨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타인에게 배울 점을 찾고 익히되, 그들과 나를 비교하지는 말자고. 나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나뿐이다. 무엇을 익힌다면, 배우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거나, 며칠 전의 나와 비교할 뿐이다. 더디게라도 발전하고 있는지, 큰 발전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구간인지, 나의 현 상황을 체크할 뿐이다.
재미난 실험이 있다. 은퇴할 즈음, 시골에 타운하우스 전원주택을 사서 이사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연봉 5000에 행복한 은퇴를 준비한 자신이 뿌듯하다. 그런데 일 년 후, 옆 단지에 한 가족이 이사를 왔는데, 연봉 7000에 고급 승용차를 몬다. 행복했던 연봉 5000의 사내는 갑자기 불행하다.
이 실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은 상대적 기준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상대적 평가로 성적순을 평생 경험했던 것의 흔적일까? 버리자!
멍청한 기준으로 나의 행복을 망가뜨려서야 되겠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아이들을 남의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 자신을 남과 남의 집과 비교해서 행복을 없애는가! 아줌마가 요가를 익힐 때도 옆에서 엄청난 포스를 발휘하며 멋지게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요가를 처음 배웠을 때 나보다 발전한 나의 모습에 만족할 뿐이다(물론 코로나 시국으로 다시 초기화되었지만). 재테크도 그렇다. 통계가 나올 때마다 부자의 기준이 얼마네, 우리나라 중산층 자산 규모가 얼마네 하는데, 아줌마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줌마도 이십대는 부모님께 얹혀사는 사회초년생이었고 삼십대는 저축만 하다가 투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재테크를 했지만, 종잣돈의 규모도 작아서 자산이 늘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재테크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사십대가 되니 시간의 마법이 통했고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의 결과물들이 하나둘 보인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남과 비교하지도 말자. 우리는 각자의 길을 꿋꿋이 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