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는 뉴욕국립음악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미국의 원주민과 흑인음악에 큰 영감을 받았다. 이는 1893년에 만든 교향곡 9번과 현악4중주 12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전자는 ‘신세계로부터’, 후자는 ‘아메리칸’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서 신세계와 아메리카는 당연히 ‘미국’을 지칭한다. 미국의 원주민과 흑인음악은 아무래도 미국 대중음악인 ‘재즈’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렇게 드보르자크를 통해 유럽 클래식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드보르자크의 마지막 교향곡인 ‘신세계로부터’는 오늘날에도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다. 2악장에는 드보르자크 특유의 보헤미안 노스탤지어에 흑인영가의 애절함을 더했다. 잉글리시 호른이라는 악기가 그 애절한 느낌을 더 해준다. 잉글리시 호른은 금관악기가 아니라 오보에에 가까운 악기다. 드보르자크가 오보에 연주자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속의 고향’이라는 노래가 2악장의 주제를 차용했다.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칸’의 2악장과 놀랍게도 비슷하다. 9번 교향곡이 앙코르를 받으면 2악장을 연주해서 공연 막판에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지휘자가 많다. ‘신세계로부터’ 4악장은 베토벤 운명교향곡 1악장 만큼이나 매우 익숙한 멜로디를 갖고 있다. 영화 죠스의 식인상어 등장음으로 시작해서 금관악기가 시원한 폭격을 감행한다. 물론 식인상어의 등장음과는 다르다. 영화 죠스의 음악은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9번 교향곡은 유럽의 작곡가가 만든 작품이지만,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교향곡이 되었다. 미국의 교향악단이 유럽 순회공연을 할 때 대표 레퍼토리이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공연(2008년)을 할 때도 역시 이 곡을 연주할 적이 있다.
드보르자크는 미국 체류 중에 첼로협주곡 B단조(1894~1895)도 만들었다. 이 곡 또한 미국 원주민의 소리가 녹아 있는 명곡이다. 브람스는 훗날 이 곡을 듣고 “첼로로 이런 곡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내가 작곡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나의 첼로 협주곡도 남기지 않았던 브람스의 아쉬운 탄식이자 극찬이었다. 8개의 유모레스크도 미국에 있을 때(1894년) 만들었다. 8개 중 7번이 가장 유명한데, 드보르자크의 대중적인 인기를 견인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독한 향수병에 지쳤던 드보르자크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3년 만인 1895년 귀향한다. 1901년에 프라하 국립음악원 원장에 추대되는 명예를 누리고 1904년 타계한다.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음악의 국부로 불린다. 스메타나와는 달리 브람스의 영향을 받아 절대음악을 추구했다. 1900년 루살카(Rusalka)라는 수준급 오페라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