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 한 달 치 비가 1시간 만에 내려 홍수경보가 내렸고 7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강풍을 동반한 겨울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재앙과 다름없는 재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소식을 듣는 우리의 감각이 무덤덤하다는 현실이다.
재앙이 일상화되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더 두렵다. 이런 현상은 화석에너지가 배출하는 온난화 가스가 가장 큰 원인이이다.
산업혁명 시기의 전 세계의 인구수는 10억명 가량인데, 현재의 지구의 인구는 80억명이 넘었다. 이 많은 사람이 살기위해, 입기위해, 먹기위해, 쓰는 에너지와 자원과 또 배출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나 또한 원인제공자의 한사람이다.
필자는 ESG라는 키워드로 사람을 만나고 교육하고, 때로 여러 곳의 세미나 등에 참가하고 있기도 하다.
한결같이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앞세우지만 정작 기후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종이컵 대신에 플라스틱 텀블러를 써야 한다는 정도의 몇 가지 대안으로 끝내고 만다는 것을 매번 실감하며 한계를 느낀다.
주위에는 중앙정부에서 많은 돈을 가져온 실적으로 개발을 앞세우는 현수막이 펄럭거리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가만히 살펴보면 탄소중립에 어긋나는 개발과 크고 화려한 새로운 건물 세우기가 주 안인 것을 알면 가히 기함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전 시민이 전부 텀블러를 쓰고 경주시에 종이컵을 하나도 안쓴다고 한들, 저 큰 건물 등이 세워지고 유지, 보수를 위한 재원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개발보다는 보존이고, 현재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ESG와 탄소중립 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을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된 옷을 사 입는 것보다는 장롱 속에 묵혀 있는 것을 끄집어내 다시 입는 것이 탄소중립에 가까운 것과 같다.
즉 탄소중립과 환경교육을 위해 환경교육센터를 짓는 것이 과연 탄소중립을 위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모든 정책을 ESG라는 큰 나무를 그리고 설계도를 그려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워진다. ESG를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경영의 세 가지 영역의 키워드로 설명하지만, E 영역을 환경과 에너지 두 가지 영역으로 이해하면 훨씬 쉬워진다.
현재 한국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기후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탄소중립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에너지를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당장 실현하려면 전기를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90%는 줄여야 한다. 우리는 실제로 이것을 실현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에서 대부분의 운송수단이 멈춘 시기, 공장이 문을 닫았던 그 상황을 떠 올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위기 또한 기후 위기 못지않게 위험하다. 따라서 ESG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적절한 선택을 해서, 지구도 인류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근본 대책인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탄소 포집을 동반한 화석에너지 사용이 가능하게 하거나, 또 한국에서 9%도 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 또 현재 배출된 온실가스 중 탄소를 어떻게 얼마만큼 포집할 수 있을지 정부와 지자체는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을 정확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학교 교육과 시민교육으로 정확한 수치와 통계로 두루뭉술한 계몽적인 환경교육을 탈피해야 한다. 이런 것이 선행되지 않고 탄소포인트제 등을 확대하고 비닐과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정도로 시민사회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이미 눈앞에 닥친 2030년 RE-100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기에는 매우 안일한 대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