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어느 대학연구팀에 따르면 사자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한다. 사실 그건 맞는 소리다.
“여보, 잠시 나 좀 봐요.”
나도 와이프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재밌는 사실은 사자 울음소리가 들릴 때는 다른 동물들이 동작을 멈추고 그 소리의 진원지를 응시하다가 자리를 뜨는 반면, 인간의 소리에는 즉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물 마시러 웅덩이에 온 얼룩말도 냅다 도망가고, 사냥한 먹이를 물고 오던 표범도 힘들게 잡았을 먹이를 팽개친 채 마구 달아났으며, 심지어 코끼리도 소리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을 친다. 녹음된 사자 울음소리에는 그 진원지(스피커)까지 와서 스피커를 부숴버릴 정도로 성깔(!)을 부리는 코끼리조차 사람 소리에는 줄행랑을 치더란다.
두려움에 기인한 건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대한 예민한 반응인지는 모르지만, 동물을 상대로 이런 종류의 실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가공할 만한 존재다. “에이, 인간이 뭐가 무서워? 힘도 약하고 덩치도 작고, 시각도 시원찮고, 후각도 별론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동물이 가지지 못한 무기가 있다.
바로 뇌다. 그중에서도 전두엽이 그렇다. 추리나 계획, 감정이나 문제의 해결 등 고등한 정신작용은 죄다 전두엽에 기인한다. 가령 호랑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거울을 설치해 두면 거울에 비친 자신이 다른 호랑이인 줄 알고 마구 싸우려 든다는 것이다. 인간은 심지어 아기들조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로 알아보는데 말이다. 이게 호모 사피엔스의 위대함 아니겠는가. 남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맹수보다 몇 배 무섭다.
하지만 인간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건 어쩌면 협업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지만 부드러운 게 정말 강한 법이다. 뭉치는 힘은 개미나 펭귄한테서도 확인되지만, 인간은 차원이 다르다. 코로나가 서슬이 올랐던 유럽으로 기억들 하시리라. 사회적 거리를 둬야 했던 엄혹한 시기에도 누군가 테라스로 나와 노래를 선창 하면 다른 집에서 기타가 따라 흐르고 또 어떤 집에서는 트럼펫이 가세하는 식으로, 마을 전체가 합창으로 코로나와 싸웠다. 대상이 맹수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든 우리의 존재 방식은 똘똘 뭉치는 것이다. 술 한 잔으로도 뭉치고 직장 상사 뒷담화하는 데에도 그래서 우린 잘 뭉치는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지금 이상한 조짐이 감지된다. 안타깝게도 병에 걸린 것 같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외로움이라는 유행병’(loneliness epidemic)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연애도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 친구 숫자도 점점 줄고 반면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라지만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날 가족의 규모, 기능과 가치가 점차 쪼그라들고 그 틈을 1인 가구 형태가 채워가는 추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쥔 1인 가구는 현실 적응력과 생존력에서 오히려 갑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사람과 사람의 대면 방식보다 소셜미디어 공간에 대한 의존율이 높다. 그럴수록 더 외로움은 커졌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외로움과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싸우는 중이다.
인간에게 있어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험해 봤다. 외로울수록 뇌 속의 편도체나 시상하부 등 감정을 관장하는 영역이 쪼그라들더란다. 베를린 과학자들이 밝힌 이 결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클수록 편도체 크기도 정비례함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처럼 인간은 타인과 함께할 때 더 건강하다. 고립감은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충분하고 균형된 성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학원 가기에 너무 바쁘다. 놀이터가 텅텅 비었다.
밥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허겁지겁 채운다. 다들 혼자서 말이다. 이른 나이부터 사회적 고립과 소외에 노출된 아이들은 세계적인 위험 요소다. 1980년대 차우세스쿠 정권 때였다. 고아원에 감금되었던 루마니아 아이들의 뇌를 조사했더니 백질(白質)이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백질은 정서적·사회적 성숙과 관련된,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사람한테 외로움은 상극이란 말이다. 부디 갑진년 새해에는 어느 누구도 외롭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