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 역사인물 7천여명의 아호, 자, 시호, 관직, 시대구분 등을 집대성한 `해동별호집`이 경주 배동에 사는 한 농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동별호집`은 우리나라 역사인물들의 별호를 모아서 정리한 최초의 서적으로 후학들의 역사, 인물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일본에서 소학교를 5년간 다닌 게 학력의 전부인 평범한 농민이라는 사실과 40여년을 한결같이 별호 수집에 대한 일념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해방 후 맨손으로 경주에 정착해 남의 농사와 남의 일을 하면서 슬하의 6남매를 훌륭히 키웠으며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농사를 손수 지으며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농부다.
20대 때 우연한 기회에 100여명의 인물들에 대한 별호를 정리한 책을 접한 게 계기가 되어 역사인물들의 별호를 정리해 두는 일이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평생을 별호수집작업에 대한 일념으로 살아왔다.
학자들조차 쉽게 접근하기 힘든 별호 수집과 정리를 한 농부가 전 생애를 바쳐 이루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칭송할 일이다.
시대적, 경제적 상황이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굴하지 않고 뜻을 끝까지 관철시켰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승리인 것이다.
누구나 젊은 시절 한때 역사와 민족을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뜻을 세우고 노력하지만 현실에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 앞에 그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키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해 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조를 갖고 일관된 삶을 산다는 것은 드문 일이며 이 분의 삶은 `해동별호집`과 함께 두고두고 후학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은 다 적었다.`는 저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해동별호집`을 발간한 족보도서관이 1년여 동안의 고증과 교정, 편집의 까다로운 작업과정을 무보수 봉사로 도운 것으로 알려져 마음 넉넉하고 훈훈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