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없는 音이
어떻게 세상끝까지 울려 퍼질 수 있나요
아가, 그것은 바로 네가 종안에 있기 때문이란다
내가 어떻게 종안에 있을 수 있었나요
그것은 이 아비가 너를 그 안에 가두었기 때문이야
가두다니요, 갑갑해요
밤마다 포뢰의 울음소리가 나를 잡아 먹어요
아가, 그래도 견뎌야 한단다
오직 견디는 자만이 만리 밖 소리를 거머쥘 수 있단다
아버지 가슴이 아프지도 않으세요
아가, 가슴을 찢으면 무덤이 보이고
무덤을 밟고 서면 종소리가 들린단다
견디고 견디거라 소리가 키운 네가
마침내 그윽해 지거든
저기 저 기다리던 구름을 타고 날아올라라
이 배흘림의 감옥이 나의 것이라면
一乘圓音을 얻게 해 주세요
아가, 내가 가둔 건 네가 아니란다 네가
단 한 번의 울음을 소리 높여 울 적에
대대로 업고 온 종의 몸
뒤통수의 공명 같은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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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라문학대상 당선시를 소개한다. 이 시는 우리 시가 갖는 중후함을 잘 살려낸 수작으로 울림이 큰 작품이다. 종소리의 울림을 역사성으로 보고 있으며,그게 단순한 역사성으로 보고 있는게 아니라 오랜 종소리의 여운을 한의 미학적 세계로 잘 부각시키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라천년의 역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민족의 숨결이 있다면, 찬란한 불교문화가 그것일 것이다. 불교문화가 불교적 차원을 넘어서서 민족문화의 숨결과 그 맥이 닿아있고 보면, 찬란했던 신라의 문화는 그만큼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신라 성덕대왕신종, 그러니까 에밀레종의 울림 즉 소리를 좇아서 그 소리의 내림과 아직도 쟁쟁쟁 울리는 듯한 환청을 작품으로 승화하는데 만만찮은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가슴이 아프지도 않으세요 / 아가, 가슴을 찢으면 무덤이 보이고/ 무덤을 밝고 서면 종소리가 들린단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아가’와 ‘아버지‘를 등장시켜 종소리의 여운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으며, 문답식 대화체를 도입함으로써 설득력 또한 높혀주고 있다.
하나의 소리가 되기 위한 인고의 세월도 필요하지만 변함없는 그 소리의 뒷면에는 인간사의 애환이 산그늘처럼 깔려 공명을 더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소리를 듣기만 하지만 ‘대대로 업고 온 종의 몸’은 그냥 세월을 안고 온 것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