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환한 웃음 보내고
바람처럼 살포시 왔다
오랜 세월
눈썹을 간질이던
그 따사로움을 쫓아
나를 머물게 한 너
겨울 흰눈
눈꽃이 되어
묶여졌다
한 묶음으로
너를 잡아 가둔다
흐린 겨울이
창가에 놓인 후레이지아
바닥에 놓인 안개
흐린 겨울은 꽃들을
날리지도 못하고
한꺼번에 잡아 가둔다
벗어놓은 새 신발
흐린 겨울이 잡아 가둔다
꽃을 사랑하듯
이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한다
------ < 시 평 >-------
좋은 시 한 편을 발견했다. 내겐 너무나 감동적인 잔잔한 표현하며, 전혀 튀어나 보이지 않으면서 이토록 잘 반죽한 문맥들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우리를 낯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인간의 삶이 대개 평범하듯이 시상(詩想)도 인간의 삶 못지않게 평범한 것이 오늘날의 시이건만 평범한 일상의 관념을, 관념을 뛰어넘어 보여주는 이 시는 낯설게 하는 표현들이 분위기를 잔잔하게 끌고 가면서도 생활의 속성을 절실하게 잘 비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창가에 놓인 후레이지아/바닥에 놓인 안개/흐린 겨울은 꽃들을/날리지도 못하고/한꺼번에 잡아 가두’는 것이며 ‘벗어놓은 새 신발’마저 잡아 가두는 것이다.
이라는 개념이 인간생활에서 무얼 의미하는가. ‘겨울 흰눈처럼/가끔씩 환한 웃음 보내고/바람처럼 살포시 왔다‘는가 하면, ‘겨울 흰눈/눈꽃이 되어/한 묶음으로’ 묶여진게 이다. 그리고, ‘나를 머물게 한’ 존재로서 은 ‘꽃을 사랑하듯 /이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시인은 일상성의 을 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