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터널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서 위험하게 놀고 있다. 그러면 아줌마는 가서 한마디 한다. 위험하다고. 미취학 아이인 경우에는 거기는 위에 올라가서 놀라고 만든 곳이 아니라고 설명해주고,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에는 위로 올라가서 놀려는 너의 창의성과 용기를 칭찬하지만, 어린 동생들이 따라 하다가 떨어져 위험할 수 있으니 내려와달라고 부탁한다.
나의 행동을 보고 주변인들은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남의 집 아이에게 잘못 말했다가 봉변을 당한다고. 그들의 걱정을 안다. 괜히 남의 집 아이에게 몇 마디 했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이들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아줌마의 생각은 다르다. 아줌마가 걱정하는 것은 내가 타이르는 아이들의 반응이 더 걱정이다. 요즘은 외동도 많고 많은 아이가 함께 모여서 놀기보다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많아서 같이 노는 문화를 모르고, 타인을 위한 배려도, 어른을 향한 공경도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모르는 아줌마의 이야기에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이다. 내가 감당할 수준만 되어라, 매번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잔소리가 아니라 상황을 설명하고 마지막에 부탁한다. 터널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친구들의 경우에도 그렇다. 어린 동생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못 내려오고 있으니 스마트폰을 하고 싶으면 저기 의자에 앉아서 해주면 안 될까? 하고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린 친구들은 반갑지는 않더라도 순순히 이동해준다. 왜냐하면 상황을 알기 때문이다. 아줌마가 “거기는 스마트폰 하는 곳이 아니야, 나와서 놀아!”라고 말했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는 그네를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하거나, 미끄럼틀에서 위험하게 노는 친구들, 놀이터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친구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한다.어느 날이었다. 한 아기 엄마가 와서 초등 고학년 친구들이 그네를 차지하고 한참이나 있었다고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이럴 때마다 아줌마는 답답하다.
어른이란 어린 친구들을 무조건 혼내는 사람이 아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같이 살아가는 사회의 규칙과 질서를 이야기해주고 때로는 잘 타이르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그네를 너무 타고 싶은데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이 그네를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네 주변을 배회하며 아이들은 힘들어했다.
그때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언니들이 그네를 타고 있으니 좀 기다려라로 말했다. 한참이 지나도 그네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걸터앉아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기에, 어린 동생들이 그네를 타고 싶어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네를 타지 않고 스마트폰을 볼 거면 저기 벤치에 가서 해주면 안 될까, 그네를 탈 거면 5분은 더 기다릴게요. 그랬더니 한 친구가 그네 탈 거예요. 그러더니 갑자기 발을 굴려 그네를 타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는 자리를 이동했다. 하지만 1분도 안 되어 그 친구도 벤치로 갔다.
물론 아줌마도 혼내는 경우가 있다. 놀이터에서 아줌마의 잔소리에 육두문자로 반응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다시 부른다. 아줌마가 너에게 말을 잘못 했는지, 언성을 높였는지, 육두문자를 썼는지 묻는다. 그리고 너는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아줌마가 어떻게 했기에 네가 화가 났는지…, 놀고 싶은데 분위기를 끊어서 혹시 화가 났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그런 반응이 올바른 것인지 묻는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고 이야기한다. 화가 나면 어릴 때는 그냥 울거나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유치원생이 되었을 때, 학생이 되었을 때는 달라진다. 지금 너는 나이에 맞게 행동했냐고 묻는다.
어른도 아이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세상인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아줌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른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부모님은 아이들을 방임했다. 그리고 세상도 변했다.
나이가 많다고 어린 친구들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아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나 잘못된 행동에 입을 닫아도 안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모두가 함께 타이르고 가르쳐주고, 몰상식으로 일관한다면 온 사회가 질타해야 한다.
아줌마는 오늘도 우리 집 아이, 남의 집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나보다는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