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그늘에서 꽃은 쉬어가고 있다
달빛은 세상을 빛내며
징검다리 건너고 있다
종종 걸음으로 한 생애를 금 그으며
고달픔도 잊은 채 바라보는 저 둥근 얼굴
벽과 벽 사이에서 숨바꼭질 하며
달빛은 꽃을 바라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무르익어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낙타의 굽은 등 비춰주며 간다
떠나야할 길 멀지 않아도
꽃 피우는 달빛,
나는 그 자리인데 달은 벌써
징검다리 건너 뒤돌아 보지 않는다
--------< 시 평 >--------
시는 문장표현의 긴장력과 함축된 의미로 짜여진 언어예술이라면 역시 이에 값하는 휼륭한 한 편의 시가 이 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먼저, 환하게 내리비추는 달빛을 `꽃 피`운다고 했는가 하면 꽃은 `달빛 그늘에서 쉬어가고 있`으며 `달빛은 꽃을 바라본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까 환한 달밤의 꽃가지에 꽃피운 꽃과 달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 세계는 우리네 생의 한 장면 다름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무르익`는다는 의미심장한 표현도 기막히거니와,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낙타의 굽은 등 비춰주며 간다`는 구절의 도입도 번뜩이는 감성으로 빛난다.
지은이는 꼿꼿이 선 부동자세로 옮겨가는 달을 바라볼 뿐이다.그게 시간의 흐름이며 세월의 흐름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꽃을 비추며 자리를 옮겨가며 `징검다리 건너 뒤돌아 보지 않는` 달의 의미는 무엇이며, 꽃의 존재 또한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진단 말인가.또 지은이는 어떤 존재로 자라매김 되는가 말이다.
어쨌든 이 시는 밤하늘의 달과 이 땅위의 꽃과 지은이 자신 삼위일체의 긴장감을 잘 표현해 주고있는 수작이라 하겠다. 한 순간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자신의 처한 삶이 이토록 적요하며 절실하게 울려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