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는 국제행사, 전시, 학술대회를 비롯한 다양하고 많은 행사가 개최된다. 이를 위한 인프라도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KTX 신경주역이 있고,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도시간 연결도로망도 잘 구축되어 있으며 앞으로 더 확충될 계획이다.
최근에는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어 경주로 오고갈 때 항공편 이용에 대한 홍보도 진행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경주시는 2025년에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를 유치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사 개최지인 보문관광단지에는 대규모 컨벤션 시설인 화백컨벤션센터가 건립되어 있고, 타 도시에는 흔치 않은 특급호텔을 비롯한 양질의 숙박시설이 충분하다. 단순 행사개최를 위한 인프라만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로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려 국가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경주의 국제적 인지도 또한 크게 상승할 것이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고민했던 것은 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파급효과를 도심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해 볼 수 있는가였다.
개최 장소인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집중과 이목을 도심으로까지 넓혀 도심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삼을 수 있다면 행사 개최로 인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심과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과 방향은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일명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로 불리는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은 도시의 중심지역을 핵심 대중교통시설의 거점으로 설정하고 복합용도의 고밀개발을 추진하되, 외곽은 저밀도의 자연생태지역으로 보전하는 도시개발방식이다.
도시의 외연적 확장보다는 압축적 도시개발을 통해 이동거리를 줄이고 대중교통중심의 교통체계를 도입하기에 친환경적인 탄소중립도시의 계획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폐경주역 부지를 복합용도의 중심지구로 개발한다고 하니, 이를 행정·문화·복지기능이 복합적으로 제공되는 용도로 조성하고 여기에 대중교통 중심시설을 도입함으로써 도심의 핵심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아니면 현 터미널 부지를 기존의 도시간 이동을 위한 광역교통기능과 함께 보문단지와 신경주역을 대중교통으로 연계하는 중간지점 성격을 가지는 복합중심지로 조성할 수도 있다. 전자는 과거 경주역이 담당했던 도심지역의 중심공간으로서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주 도착은 옛 경주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단순히 도착지점으로서의 경주역이 아닌 이제 막 경주관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갈 곳을 안내하고,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 역할도 했다. 경주역 동측으로는 경주읍성이 일부 복원되었고, 주변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활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하고 있어 이들 사업과 연계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터미널 부지 또한 봉황대 지구와 황리단길 등 도심으로의 보행 접근성이 훌륭하다. 기존의 터미널 시설을 현대화하고 경주에 필요한 용도와 시설을 복합화하여 중심 지역으로 조성할 경우 또하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교통 중심시설은 대규모의 정차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지방 도시가 그렇겠지만, 경주도 대중교통수단보다는 자동차 중심 도시다.
도처의 관광지들을 렌트카나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만을 이용하여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일부 지역은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코스별 관광순환버스를 도입하여 접근성을 향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 같은 대중교통지형형 도시개발의 장점은 무엇보다 별도의 교통수단 없이도 걸어서 도심을 둘러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주역과 터미널을 핵심 지점으로 그사이를 사람들이 보행을 통해 오고 간다면 자연스럽게 중심상가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