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논을 지나다 보면 하얗게 포장한 거대한 비닐 뭉치들을 볼 수 있다. 논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의문의 물체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할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비닐뭉치는 ‘사일리지’라고 하는 것이다. 꽁꽁 싸매었다는 의미에서곤포 사일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일리지는 잎식물을 발효처리해사료로 만드는 작업의 산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볏짚을 사용한다. 볏짚을 압축해서 묶은 후적당히 발효액을 뿌리고 비닐로잘 감아두면 볏짚이 숙성되어 비싼 사료 대신 소나 염소에게 영양가 높고 싼 먹이가 된다.
지난 13일 최해경 씨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내려다본 안강 들의 사일리지가 아스라이 펼쳐져 있었다.재미있는 것은 사일리지를 공룡알에 비유하는가 하면 소들에게먹일 마시멜로라 표현한 것이다.
공룡알이 이만하면 가장 큰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보다 100배는 더 큰 초거대 공룡이 나올 법하고 이만한 마시멜로를 먹을 소역시 슈퍼 울트라급 특대형일 것이다. 평온한 겨울 들녘에 하얗게 흩뿌려 놓은 사일리지들을 한편의 시와 사진으로 남긴 최해경씨의 위트 넘치는 게시가 인상적이다.
마침 최해경 씨는 최근 들어 ‘길에서 만난 삶의 여정’이란 주제로 글과 사진을 병행하는 일상의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콩과 들깻대로 군불 넣던 어머니의추억, 서울 나들이 때 가본 경복궁 인상, 가을을 물들이는 메리골드와 양동마을 초가지붕 위의 안테나의 풍경이 전하는 가족의 추억, 초등학교 아닌 ‘국민학교’ 동기생들과 쌓은 우정, 세상을 떠난 고모님에 대한 추모, 백련차를대하는 남다른 감성 등이 계절의변화와 함께 묘사되어 있다. 이밖에도 굴뚝 연기와 한옥 문고리,해파랑길에 대한 상념 등 최해경씨 주변의 일상들이 잔잔한 감성으로 묘사되어 심금을 울린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마음이 담긴 글이라면 그게 곧 시다. 일상을 담담하게 써가는 최해경 씨의 삶의 여정은 그래서 시를 적어나가는 사진첩처럼 보인다. 그러니 들녘의 사일리지에게도 특별한 감성이 스며들었을 것이다. ‘SNS는 즐거워’에서 모처럼 진객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