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건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에서 아직도 표류 중이다.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국회 산업위 심사는 이번 21대 국회 내에서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기 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며 내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경주시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자체들과 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 고준위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해왔지만 현재 여야의 입장차이로 한치 앞도 못 나가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등을 담은 3건의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과 고리원전, 그리고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는 차례대로 포화 시점에 이른다. 하지만 법 제정은 공론화가 시작된 지 10년 넘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고준위 방폐물이 포화돼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기까지 10년 넘는 기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시한은 촉박하다. 고준위특별법이 통과돼도 부지선정과 주민 설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만큼 이번 국회 내에서 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1일 열린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2023 추계학술발표회에서 “세계 원전운영 상위 10개국과 비교해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전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고준위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부지선정을 완료했으며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체코, 스위스 등은 부지선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부지선정에 첫 발도 못 뗀 나라는 원전 운영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로 이동하기 전까지 상당기간 원전 내 보관해야 하기에 주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고준위특별법은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여야가 이제라도 극한대립을 멈추고 법안 처리에 지혜를 모아 주길 바란다. 또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운영 중인 지자체에 특별지원금 지급 등 합리적인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