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못할 경주시 방역체계 최초 방역당국이 취한 조치는 이씨 농장에 대한 출입제한과 입구에 대한 차량통제 및 생석회를 뿌리는 등 기초적인 방역이 고작이었다. 이씨의 농장으로부터 3km이내에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20만마리가 사육 중이었다. 따라서 조류독감이 순식간에 전 마을로 확산될 우려가 상당히 높았지만 초기 방역대응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음성군수가 직접 방역복을 입고 양계장에 들어가 살처분에 앞장선 모습과는 크게 대조적으로 21일 출동한 공무원은 이 지역출신 이만우 시의원을 비롯, 불과 10명 내외. 연일 군병력 8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경주시청 공무원들은 현장 근처에 설치된 상황실만 지키고 소위 `놓은신 분(?)`들이 현장을 찾으면 그 분들 모시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22일 오후 각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위해 모여들어 매몰작업을 직접 취재하려하자 방역차량을 동원한 당국은 인근 젖소농장으로 대기중인 취재진을 모은 뒤 엉뚱한 사과나무와 창고에 소독약을 살포하는 그럴듯한 방역장면을 연출했다. 그것은 정말 `쇼` 였다. 당시 취재진들의 시선을 딴 곳에 집중시킨 가운데 실제로는 오리를 매몰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산을 막고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고 매몰 현장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여분 뒤 이씨 농가와 인접한 한 농가에서 입구 방역초소로 방역복도 입지 않은 김모양(17)이 태연하게 걸어나는 풍경이 목격되는가 하면 이 마을에서 계란을 가득 실은 트럭이 수차례나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반출되는 광경이 종종 목격되기도 해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방역초소도 23일 오전에서야 추가로 설치하고, 육통리로 통하는 안강읍 산대리와 육통리 방역초소에는 경찰을 투입해 차량과 사람의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연일 나이 어린 군병력이 농장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것에 반해 농장에 들어간 시청 공무원, 그것도 공익요원들은 25일에서야 투입됐다. 지금까지 축산과 관련 돼지콜레라 등 1급 전염병이 경주에서 발생해 살처분 및 비상 방역활동을 몇 번 경험해본 경주시지만 이번 조류독감 사태에서 보듯 행정당국의 업무처리 능력은 `초보운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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