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에 의해 길들어진 최초의 동물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생활공간에서 함께 생활하였기 때문에 개를 은유한 흔적들이 은어, 속담, 사자성어, 고사성어 등으로 대단히 많이 남아있다. 필자는 개에서 비롯된 사자성어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사자성어(四字成語)’는 한자 4글자가 모인 말이며, 또 고사에서 유래된 한자는 고사성어(故事成語)라 한다.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는 대부분 네 글자이며 생활 중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된 말로서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 강령(綱領, 삼강)과 다섯 가지 인륜(人倫, 오륜)을 의미하는 것이 삼강오륜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도덕적 지침으로 정립한 것이다. 삼강은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를 규정한 세 가지 원칙을 말하며, 오륜은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친구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덕목을 말한다. 인간관계와 사회 풍토를 규범적할 목적으로 정립한 삼강오륜이 현대사회에서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사라졌다. 오늘날의 인간 근본을 망각한 사회적 폐단이 속출하여 삼강오륜을 되씹는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병폐를 각자의 언어 관습에 따라 ‘견공오륜’으로 풍자되어 회자되고 있다.
견공은 제 새끼가 귀여워 핥아준다는 빈지기자(頻摯其子)는 오륜의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견공은 주인을 보고는 짖지 않는다는 지주불폐(知主不吠)는 오륜의 군신유의(君臣有義)요. 견공은 한 마리가 짖으면 함께 짖는 일폐군폐(一吠群吠)는 오륜의 붕우유신 朋友有信이요. 견공은 새끼를 가지면 성생활을 기피한다는 잉후원부(孕後遠夫)는 오륜의 부부유별(夫婦有別), 소부적대(小不敵大)라 하여 어린 개는 늙은 개를 상대하여 싸우지 않는 것으로 오륜의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이다. 곧 인간사회에서는 위아래 질서가 있음을 말한다. 사람의 오륜을 비유한 견공의 오륜이며 사회를 비평하는 경종일 것이다.
또 개를 하찮게 여겨 자신을 겸양하거나, 남을 업신여겨 말로 비유하여 사용하는 사자성어로는 주인이나 나라님에 대한 충성을 말하는 犬馬之役(견마지역), 犬馬之勞(견마지로), 犬馬之心(견마지심), 犬馬之誠(견마지성)과 윗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신의 노력을 낮추어 이르는 뜻으로 쓰인 犬馬之忠(견마지충)이 있다. 겸양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개와 관련된 사자성어는 犬馬之年(견마지년), 犬馬之齡(견마지령), 犬馬之齒(견마지치)등이 있으며, 헛되게 먹은 나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나이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 활용된다. 또 보잘것없음을 비유한 사자성어인 邑犬群吠(읍견군폐)는 소인배들이 남을 비난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호부견자(虎父犬子)는 훌륭한 아버지에 비하여 자식은 그렇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며, 견설고골(犬齧枯骨)은 음식이 아무 맛도 없음을 이르는 말로 하찮다는 뜻이다. 견마지류(犬馬之類), 견양지질(犬羊之質)은 개나 말 따위라는 뜻으로, 낮고 천한 사람들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재능이 없이 태어난 바탕을 이르는 말인 묘호류견(描虎類犬)은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으나 개와 비슷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계획은 크게 세웠지만 실패하여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여명견폐(驪鳴犬吠)는 가치(價値)가 없는 이야기나 보잘것없는 문장(文章)을 이르는 말이며, 도견와계(陶犬瓦鷄)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어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을 깍아내리는 말이며, 촉견폐일(蜀犬吠日)은 식견이 좁은 사람이 현인(賢人)의 언행을 의심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세상의 이치를 알리는 견토지쟁(犬兎之爭)은 두 대상이 서로 싸우고 있는 사이에 제삼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을 말하며, 호표기수견양기(虎豹豈受犬羊欺)는 군자(君子)는 소인(小人)의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며, 견마지양(犬馬之養)은 봉양(奉養)만 하는 것은 효도가 아니라는 뜻이며,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는 훌륭한 아버지 밑에 못난 자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개에 대한 사자성어는 현대사회에서 인간 생활의 근본이 무너짐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회를 비판하고자 해학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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