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단풍 계절을 맞아 경주의 많은 SNS들이 다투어 통일전 앞 은행나무길의 풍경을 올린다. 3년 전 경주시의 가로수 정비사업으로 완전히 볼품 없이 변해버렸던 은행나무길이 지난해 가을까지는 시민들의 외면을 받더니 이제 겨우 관심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당시 기자가 시청에 문의해 보았을 때 담당자의 답변이 기억난다. 나무가 지나치게 무성해 병충해가 생기기 쉽고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주므로 나무의 속 가지를 잘라 주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가지치기를 해도 하필 한창 단풍 시즌 들어가는 초입에 인정사정없이 나무들을 솎은 것에 대해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질타했고 그 결정에 조경전문가들의 의견이 고려된 것이었느냐는 질책도 쏟아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옛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는 시 담당자의 설명과 달리 아직도 은행나무는 이전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나마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하지만 여전히 이전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가로수라는 특이성은 있으나 일반적으로 은행나무는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잘 성장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무들은 일부러 손대지 않아도 자기 나름의 자정기능과 자활기능을 가지고 성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노거수들이 도시나 동네마다 있지만 그것을 일부러 잘라주고 관리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만큼 나무란 것이 가만 내버려 둬도 잘 자란다는 말이다.
마침 여러 SNS들 중 안정희 씨도 통일전의 은행나무를 비롯해 용담정, 경북삼림환경연구원, 도리마을 등의 은행나무들과 단풍들을 올리며 경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그 중 하나인 통일전 은행나무들이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이 반갑기 이를 데 없다. 다음에 또 시가 나무를 관리한다면 과유불급을 먼저 떠올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