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던 경주 관광산업이 서서히 부활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전면해제된 이후 올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 분석 결과 올해 들어 9월까지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36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경주시를 다녀간 외부 방문객 수가 3592만94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경북도 전체 외부 방문객 수가 1억3717만4441명으로 경주는 도내에서 26.19%를 차지했다. 경북을 방문한 사람 10명 가운데 4명이 경주를 찾은 셈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플랫폼이다.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관광 통계를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지역별 방문객은 경북도내 21개 시·군에서 807만2491명(22.5%)이 경주를 찾아 가장 많았다. 이어 울산 725만450명(20.2%), 부산 449만5874명(12.5%), 대구 423만5310명(11.8%), 경기 308만506명(8.6%) 순이었다.
지역별 방문객 중에서도 포항 남구(11.6%), 울산 북구(8.6%), 포항 북구(8.4%), 울산 울주(7.4%), 울산 남구(5.5%)가 상위 5위에 들었다. 가장 많은 유입 카테고리는 음식, 숙박, 문화관광이었다. 방문객 연령대는 20~29세가 19.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59세 19.2%, 30~39세 17.4% 순이었다. 내비게이션 검색량은 음식점이 170만7390건(34.5%)으로 단연 높았다. 이어 숙박업소 96만7351건(19.5%), 역사관광 78만2684건(15.8%), 문화관광 66만493건(1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주 방문객의 수가 증가한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통계 분석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개선 과제들도 보인다.
이 기간 경주시의 관광소비 합계는 총 1901억6200여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전국 평균 증가율 5.4%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중 소비비중 변동률은 운송업(렌트카)이 74.1% 감소했고, 이어 숙박업과 여가서비스업이 각각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숙박방문자와 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체류시간은 286분으로 같은 기간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대비 83분 더 오래 머물렀지만, 전년 대비 3.5% 하락했다. 평균 숙박일수는 1.52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보다 0.23일 적었다.
또 숙박 방문자는 558만2501명으로, 전체 방문자 중 15.5%였다.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숙박 방문자 중 1박과 2박은 증가했지만 3박 이상 숙박하는 방문자는 줄어들었다.
이 기간 1박 75.6%, 2박 17.7%, 3박 이상 6.8%로, 전년 동기 대비 1박과 2박은 각각 7.2%, 6% 증가했지만, 3박 이상은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장기적인 기간에 걸친 통계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조사결과로만 보면 경주 방문객은 늘었지만 숙박 방문자는 줄어들었다는 결론이다.
숙박을 하는 관광객이 감소하는 것은 경주 관광산업이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관광객 소비패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의 당일여행 지출은 6만4000원, 숙박은 22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체류시간에 따라 관광객 소비가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주와 인접한 포항과 울산 지역의 방문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당일치기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박 방문객과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경주 관광의 매력을 홍보할 대상 도시를 수도권, 충청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경주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야간 관광 상품 개발로 외부방문객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동궁과월지 등 기존 야간 관광명소와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코스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음식과 숙박,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해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동안의 애매모호했던 방식의 통계로는 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합한 관광정책 수립도 불가능하다.
경주시는 지속적인 빅데이터 분석과 함께 방문객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무인계측기 확대, 관광지 및 숙박·음식업 매출 추이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확하고 정밀한 통계가 지역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주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