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주박물관 경내에는 600년 된 은행나무 2그루가 있다. 이는 ‘경주 동부동 은행나무’란 이름으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명물이다. 2그루 모두 암나무이고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 경주박물관이 1975년 인왕동으로 옮긴 후 그곳을 경주문화원이 사용했기에 ‘경주문화원 은행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경주문화원이 2022년 황남동으로 이전하였기에 앞으로 ‘경주부 관아 은행나무’나 ‘경주부 관아 공원 은행나무’로 불리기도 할 것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경주부 관아가 있었던 곳이다.
동부동 은행나무는 관아가 들어설 때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예전에 문묘·향교·서원·관아·사찰에 많이 심었다. 경주부 관아 터에는 은행나무 외에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경주부사의 살림집인 내아(內衙), 관아의 호장이 사무를 보던 공간인 부사(府司), 무관들이 사무를 보던 양무당(養武堂) 등 3동의 건물이 있다. 성덕대왕신종을 보관했던 종각 건물도 있다.
동부동 은행나무는 도심 한복판에 시민과 가까이 있다. 은행나무 앞에서 11월 9일에 경주문화원 주최로 제17회 은행나무 가을음악회가 개최된다. 음악회 때는 은행나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낸 후 생육 조건을 좋게 하려 뿌리 주변에 흙을 북돋워준다. 은행나무 앞에서 가을음악회도 열리지만 시내 한복판에 아름다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이는 경주부 관아건물이 있는 경내로 들어와야 은행나무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가 은행나무를 가리기 때문에 도로에서는 은행나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멋진 노거수 은행나무가 시민이나 관광객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무척 아쉽다.
도로에서 은행나무가 드러나야 은행나무의 존재가 알려지고 부각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의 이전이 필요하다. 관사가 이전되면 도로에서 은행나무 있는 쪽으로 접근도 쉽다. 관사 이전은 몇 가지 점에서 절실하다. 첫째 관사 건물과 은행나무가 근접해 있어 관사의 철거는 은행나무의 생육에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 관사가 이전하면 은행나무 주변에 소공원이 조성되어 시민의 휴식 및 만남의 장소가 생길 것이다. 구 도심에는 소공원이 절대 부족하다. 셋째 관사 이전으로 노거수가 제 모습을 찾으면 도심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인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아 건물을 활용하여 민속박물관으로 만든다면 은행나무 존재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읍성 안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관사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나무의 생육 상태 개선, 읍성 안 관광 명소화, 시민 휴식 공간 확충 등을 위해 리모델링보다는 관사 이전을 국립경주박물관과 경주시는 머리를 맞대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협의가 순조로우려면 박물관 측의 입장과 바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관사 이전에 시민·사회 단체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주시는 읍성 내의 문화유산을 복원·정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객사나 동헌 등을 복원하는 데는 많은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중장기 계획 하에 읍성 내 문화유산의 복원·정비를 시급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하면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를 이전하여 은행나무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나 가성비가 매우 높은 프로젝트이다.
두 기관이 관사 이전을 협의하기 전에 경주시의 어떤 부서가 주무 부서인 지를 정하는 것이 먼저이다. 관광컨벤션과·문화재과·사적관리과·도시공원과 등이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서이다. 그런데 어느 과가 주무 부서라고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주무 부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자발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경우가 드물다. 필자 생각으로는 도시공원과나 사적관리과가 이 문제해결을 위한 주무부서가 되어 다른 기관 및 부서와 협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은행나무를 시민과 관광객의 품에 가까이 가게 하면 은행나무 주변이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