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농장을 중심으로 마을 입구에는 상황실이 설치돼 있고 진입로 2곳에 설치된 방역 현장은 고정식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독약과 길바닥에 깔아 놓은 생석회 가루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장상황실이 설치된 후 읍사무소 직원들은 매일 밤 현장에서 교대 근부를 하며 밤을 새우고 있고 날이 밝는 오전 8시부터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 보건소, 군인, 공무원 등이 분주히 오가며 피해 확신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근에 설치된 현장 상황실에는 이웃 주민들이 매일 찾아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방역요원들을 위해 자원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육통2리 권희찬 이장(64)은 “이웃 농가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데 그냥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이렇게 현장에 나왔다”면서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이 제대로 살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또 하나의 볼거리. 낙종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나고는 있지만 현장 상황을 명확하게 답변할 대변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발품`이다. 경주시 축수산과 사무실은 온종일 북새통이지만 같은 사무실 내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부서는 평상시와 별반 다를바 없어 사뭇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한 시청 공무원은 "지난 여름 적조 발생시 수산관련 공무원들이 `뺑(?)`를 칠 때 축산 공무원들은 `뒷집 불구경`했다"며 "아마 이번은 정반대의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본지는 이씨의 농장에 군병력과 함께 들어가 살처분 및 매몰 작업 상황을 직접 취재 했다. 이씨의 농장은 흥덕왕릉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듯 이씨의 농장은 흉가를 방불케 했고 기자의 눈에 처음으로 들오오는 것은 농장주 이씨의 눈물과 이씨의 아들 서모씨(42)의 한숨 뿐이었다. 투입된 군병력들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김동근(26) 담당으로부터 살처분 요령과 업무분담을 교육 받은 후 오전 9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폐사한 닭은 처분하기가 비교적 쉬웠지만 아직 산 닭에 대해 살처분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 폐사된 닭과 살아있는 닭을 무조건 포대에 넣었다. 이유도 모르른채 포대에 담긴 살아있는 닭들의 절규는 작업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농장주 이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했다. 포대에 담긴 닭과 사료, 계란은 미리 파 놓은 구덩이(5×5×30m)에 매몰됐다. "40년 양계장을 운영했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난생 처음이다. 이제 망했다"며 한 없이 눈물만 흘린 농장주 이씨. 하마디의 말만하고 입을 다문 이씨에게 더 이상을 취재가 불가능해 이씨의 아들 서씨와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늘(23일)로 벌써 3일째 되는데 끼니때 마다 라면만 먹어 이제는 작업할 힘도 없고 의용도 없다"며 "이제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하는 서씨. "보상문제라도 명확하면 그나마 위로가 될 것 같은데 이것마저 속시원하게 이야기 해주는 이 없어 마음만 답답하다"며 "닭과 함께 매몰한 사료와 계란은 어떡하냐"고 말했다. 계속해서 서씨는 방역당국을 비난했다. 최초 닭이 원인도 모른 체 폐사하자 가축시험소에서는 농장을 찾아 "폐사한 닭을 두고 호흡기증세로 폐사한 것 같다. 약을 투입하라고 하기에 100만원 상당의 약을 구입해 투입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고 이제와서(23일) 조류독감이라 판명했다"며 "약값 100만원 낭비했다"고 분노했다. 서씨의 주장은 결국 초기판단과 초동대응이 미약했다는 증거를 입증한 것이었다. 사병들과 함께 방역복을 입고 현장에서 직접 매몰작업을 벌인 육군 7516부대 박주홍 대대장(41. 중령)은 “경주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군인으로 지역내에서 발생한 비상한 사태를 맞아 방역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사명으로 생각한다”며 “살처분에 투입되는 병력은 자원한 사병을 중심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대부분 적극적으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장에 투입된 시청 공무원은 단 한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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