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수확 계절이 되어서인지 SNS 곳곳이 송이버섯 자랑으로 득실거린다. 누구는 산에서 딴 송이를 올렸고 누구는 시장에서 산 송이를 올렸다. 송이버섯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고 송이버섯으로 만든 각종 요리 올리기에도 정신없다. 송이의 진한 향을 느끼는 데는 구워먹기보다 좋은 게 없으니 단연 송이굽기가 화제였다. 자연산 송이버섯은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귀한 만큼 값도 만만치 않은데 올해는 송이가 대풍인지 여느 해에 비해서는 쌌던 모양인지 유독 송이버섯 자랑이 많았다. 여기에는 은근히 송이쯤 먹어주어야 가을을 제대로 맞는다는 일종의 의기양양함도 숨어 있다. 그러나 이런 송이 대세판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사람도 있었다. 농협일꾼으로 알려진 김호열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호열 씨는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이가 아닌 능이버섯을 당당히 올렸다. 그런데 이 능이버섯 자태가 장난 아니게 크다. SNS상에서 ‘호열장군’이란 별명이 붙어 있는 김호열 씨답게 어른 손바닥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큰 버섯이다. 능이야 생태상 넓게 퍼지면서 자라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능이버섯의 두세 배는 된다. 게다가 능이버섯이야 누구나 올릴 수 있지만 그 올린 의도가 도발적(?)이다. “송이 사진 지긋지긋하신 분들을 위해 / 내 능이 능이 소식을 전합니다” 김호열 씨는 글에서 ‘능히’를 일부러 ‘능이’라고 써 능이 버섯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송이버섯 먹는 사람들이 부러웠는지 “올해는 서열 세 번째인 송이 영접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흔히 버섯을 맛과 향, 가치 등으로 서열을 매겨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라고 한다. 그만큼 능이가 맛과 향에서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런 능이를 송이버섯으로 점철된 SNS상에 올렸으니 가히 관심을 끌 밖에. 능이가 되었건 송이가 되었건 천고마비, 무르익는 가을에 맛과 향을 탐하다 뱃살 불어나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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