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카페에서 펌(perm:파마)을 마는 연습 중이다. 6인용 테이블에 연습용 헤어 마네킹(머리만 있는)을 고정 거치대로 단단히 묶어놓은 채 말이다.
빈자리를 찾는 손님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은 견습 미용사임이 분명하다. 커피잔이 놓여있어야 할 테이블 위에 다양한 가위들과 구루프 등 온갖 미용 재료들이 수북하다. 카페를 한 지 4년 됐지만 이런 황당한 손님들은 처음이라며 사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어느 카페에서는 출력을 하려고 프린터(!)를 들고 온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남의 카페에 미장원을 차리고 사무실을 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상상만으로도 피가 머리로 쏠리는 듯하다. 아, 혈압 오르면 안 되는데...
일본 의사 곤도 마코토는 그의 책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에서 고혈압은 오히려 ‘축복’이라고 주장했다. 제목도 이상한데 메시지도 파격적이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우리 혈관은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다. 당연히 동맥도 노화의 대상이니 언젠가 딱딱해지고 혈액을 흘려보내는 힘도 약해진다. 이때 혈압을 높여주면 어떻게 될까?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잘 전달될 수 있겠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은 고마운 현상이다. 흔히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 시력 손상 등의 주범이 고혈압으로 알고 있는 우리 의학 상식이 흔들리는 지점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핀란드에서도 ‘혈압 강하제’를 먹지 않는 남녀 521명(75~85세)을 추적 조사했더니, 최고혈압이 180mmHg 이상인 사람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과학의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는, 아니 가닿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는 엄연히 존재한다.
책을 옮기는 김에 하나 더. 인간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할 예시는 또 있다. 그는 감기에 대해서도 일반적이지 않는 논리를 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기는 치료되지 않는다는 거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여 종이 넘고 그 DNA도 쉽게 변한다는 이유에서다. 유행하는 감기를 잡겠다고 호기롭게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하고 우여곡절 끝에 약을 개발해 봤자 이미 몇 번의 변이를 거친 감기 바이러스에게는 전혀 약빨이 안 먹힌다는 거다.
그렇다면 시중의 무수히 많은 감기약은 뭘까? 죄다 증상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용도일 뿐이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기침이 나거나 콧물이 흐르는 이유는 그렇게 감기 바이러스나 그 사체가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몸에 열이 나는 것(실제로는 체온을 높이는)도 바이러스를 대항하는 백혈구를 돕기 위한 과정이다. 콧물을 멈추고 체온을 강제로 낮추는 소위 대증(對症) 요법식 약물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방해할 뿐이다. 아쉽게도 이것이 제약회사가 감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는 더 나아가 독감 백신(예방접종)이 실제 독감을 예방했다거나 치료했다는 의학적 증거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감기약이나 독감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건 좀 오버 아닌가 싶다가도 감기는 약을 먹어도 1주일, 안 먹어도 7일 정도는 걸렸던 우리네 경험치는 선명하다.
40년 경력의 현직 일본 의사의 돈키호테(!)식 주장을 허투루 볼 수 없는 건, 질병에 대한 보다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가령 혈압이 올라도 그렇지만 기준치를 내려도 고혈압 환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는 밝히길 1998년 일본 후생성이 조사한 혈압 기준치는 160/90mmHg이었는데, 2000년 대에 와서는 140/90mmHg’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무런 근거나 이유도 없이 말이다. 몇 년 만에 1600만명이던 고혈압 환자가 3700만명으로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재미있는 건 고혈압의 기준치를 낮췄더니 제약업계가 호황을 맞더란다. 약 2천억 엔이었던 혈압 강하제 매출이 1조 엔으로 자그마치 6배가 증가한 건 그저 우연만은 아니다. 기준치는 각 질환별 전문 학회에서 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관련 제약회사들의 로비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효과도 없고 먹을 필요도 없는 약을 우린 이유 없이 처방받고 있었던 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또 피가 머리로 몰리는 것 같다. 이제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