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반에 이곳 용명리에서 필자의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인생이 어떠니, 참된 삶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 등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60여년이 넘지만 어제인 듯하다. 그 친구가 십수 년 전 장군으로 전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살았던 마을이고 현재 필자의 텃밭이 이웃 대곡에 있어 용명이 가깝게 느껴진다.
용명리사지 삼층석탑은 건포산업로 대곡교차로에서 대곡용명길을 따라 북으로 600m를 가서, ‘동경이마을’, ‘용명리사지삼층석탑’ 표지판 쪽으로 방향을 돌려 다시 1Km 쯤 가면 멀리 삼층석탑이 보인다. 용명리사지 삼층석탑이다. 10 수년 전 경주박물관대학에서 답사를 다녀온 이후 2-3차례 찾은 적이 있다. 처음 찾았을 때는 탑 주위가 논이었으나 지금은 일대를 정비하고 주차장도 제법 널찍하다.
마침 마을 주민 서너 분이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이 마을과 삼층석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삼층석탑이 있는 이곳에 신라 때 큰 절이 있었는데, 불타버린 후 민가가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마을 안에 석탑이 있어 ‘탑골(塔谷)’ 혹은 ‘탑리(塔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용명리사지삼층석탑을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제일 큰 마을이 밀구인데 이곳에 용이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는 용암(龍岩)이 있다. 삼층석탑의 북쪽으로는 명장(明莊)마을이다. 이 용암의 ‘용’과 명장의 ‘명’을 따서 마을 이름이 용명(龍明)이다.
이 석탑은 그 규모와 양식으로 미루어 9세기 초의 탑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에 무너질 위험이 있어 탑을 개축하였는데 이때 탑신에서 청동불상 1구가 발견되었다. 현재 이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탑은 통일신라시대 정형양식으로 2중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상륜부는 노반만 남아 있다. 기단은 이중기단으로 하층기단은 지대석과 면석을 1개의 돌로 다듬고 그 위에 갑석을 올려놓았다.
상·하층기단의 면석은 양쪽에 우주를 두고 가운데는 탱주 2주를 두었다. 탑신부는 각 층 탑신석과 옥개석이 각각 1매석이다. 각 층 몸돌에는 네 모서리에 우주만 새겨져 있고, 문비 등 장식은 없다. 2층 이상의 몸돌은 1층 몸돌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급격한 체감을 나타낸다.
옥개석 각 층의 층급받침이 5단이며, 윗면에 각형의 2단 탑신 받침이 있고, 낙수면은 경사를 이루다가 끝부분에서 살짝 반전하고, 귀마루의 합각선이 뚜렷하다. 각 층의 옥개석에는 네 모서리에 풍탁을 달았던 작은 구멍이 전각 양면에 1개씩 있다.
상륜부는 모두 결실된 상태였으나, 건천초등학교 교정에 있던 노반석이 문화재위원의 고증으로 이 석탑의 것으로 확인되어 제자리를 찾았다. 노반은 방형 육면체로 상단부에 2단으로 돌출된 돌림띠가 있고, 가운데 원형의 찰주공이 뚫려있다,
이 탑은 상·하 기단 면석에 탱주가 2주씩이며, 옥개받침은 5단인 점 등 신라 전성기 석탑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통일 이전 석탑은 하부 기단부에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지만 통일 이후는 밋밋한 양식이 많이 나타나고, 기층에 층계가 많이 나오면 통일 이전이고 3개만 나오면 통일 이후 혹은 고려 양식이다. 이 탑은 1987년 3월 9일 보물 제908호로 지정되었다
이 마을에는 이 삼층석탑 외에 동경이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 동경이를 사육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2-3가구에서만 이 개를 기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을 담벽에는 온통 동경이와 관련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경주개 동경이는 옛 문헌과 신라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우에서 그 존재가 확인된 우리나라의 토종개이다. 이 개는 꼬리가 없거나 짧고, 귀는 서 있으며 사람을 매우 잘 따른다.
특히 『삼국사기』에는 백제 의자왕 20년 유월 서쪽에서 들사슴 모양의 개가 와서 왕궁을 보고 짖어대다가 사라진 후 백제가 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개가 동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 토종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 동경이는 ‘동경구’라고도 불렸으며, 꼬리가 없는 까닭에 ‘단미’ 혹은 ‘무미’라 부르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꼬리가 짧아 이상한 개란 이유로 희생되어 자취를 점점 감추게 되었다가 근래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뛰어난 점프력과 멧돼지와 겨룰 정도로 용맹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정도의 친화력이 있다.
2005년부터 서라벌대학교 부설 동경이보전연구소는 기존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조사연구를 하여 2008년에 품종 표준화를 실시하였다. 2010년에 한국애견협회로부터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에 이어 한국견 제4호로 등록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에는 이 개의 복제에 성공하였다. 동경이는 흑구, 황구, 호구, 백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