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舊迎新
다사다난했던 2003년은 가고, 희망찬 2004년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정말 한 해를 되돌아보면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의 상투적인 인사를 나누기엔 사실 서민들의 마음이 편치가 않다. 한 해를 되돌아 보자. 국제정세는 일년 내내 이라크 전쟁과 그 후유증으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우방인 미국의 요청에 따라 自意半 他意半 아니지 自意四分之一 他意四分之三으로 이라크파병을 해야하는 우리나라와 이웃일본의 국론은 파병과 파병반대로 갈라져 참‘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그 불이 도리어 우리 집 안방으로 옮겨 온 꼴이 되었다. 그리고 국내정치는 어떤가? 대선이 끝난 지가 벌써 일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 그 뒷처리가 말끔하지 못해 금뺏지를 단 높으신 분들끼리 아름다운(?) `진흙탕 마시지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적인 뉴스나 국내의 높으신 분들의 정치이야기야 접어두고, 사실 서민들에게는 우선 눈 앞에 닥친 물가불안과 중소기업의 고용불안이 가장 큰 걱정이다. 특히 경주경제는 이웃하는 울산공업단지와 포항철강공업단지의 경기 동향이나 고용증감 여부에 따라 울고 웃는 自生이 아닌 依存性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말에 불국사 석굴암이나 보문단지를 가보자. 대부분 가족끼리 또는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승용차를 타고 오는데 차 번호판을 자세히 보면 울산차량이 거의 30-40%정도, 대구,부산차량이 20-30%정도, 경북차량 중에는 어디서 오셨냐고 물으면 포항 사람들이 제법 된다.
사람의 몸에 피가 회전하지 않으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사망하듯이 경제도‘돈이 돌고 돌아야’호황경기가 일어나지 돈이 어느 한 쪽에 몰려 움직이질 않으면 전체경기는 고사하고 만다. 한 때 우리나라는 `근검절약과 저축`을 유난히 강조하더니, 나중에는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다소 상반된 표어가 나돌기도 했다. 경기가 호경기나 불경기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가계라는 3대 경제 주체간의 행동성향이 달라야 한다. 70년대 ‘성장제일주의’로 줄달음 해 온 우리나라 경제는 90년대 이후부터 ‘성장 못지않은 분배의 중요성’ 문제로 제계와 노조 그리고 정부라는 삼두마차가 이끄는 국가경제 구조가 형성되었다. 모두가 솔로몬의 지혜를 본받아 서민들이 안심하고 사는 살기좋은 나라를 가꾸었으면 좋겠다.
천년고도 경주가 좋아서 경주시 외동읍 문산지방공단에 조그만 공장을 짓고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 산에 붉은 노을을 지우고 넘어가는 `2003년의 지는 해`를 바라보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가 않다. 신라천년이라고 했다. 천년의 영광은 몰라도 울산의 자동차공업, 중공업, 석유화학공업 그리고 포항의 철강공업이 앞으로 한 백년 쯤이라도 호경기가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우리 경주의 경제도 덩달아 좋아질텐데.... 함께 중소기업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종합하면 백년은 고사하고 십년 앞도 장담을 못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계1위 삼성의 삼성자동차도 프랑스 르노기업에 팔린지 오래고, 쌍용자동차도 우리가 후진국으로 얕보던 중국의 기업에 팔리기 직전이라는 경제뉴스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한다.
그러나 경주에 작은 공장을 짓고 종업원들과 동거동락하는 중소기업인들의 바램은 오직하나! 신라천년의 전통과 문화가 지닌 끈질긴 생명력으로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는 경주경제의 한 톨의 밀알이 되고픈 마음 뿐이다. 전직 이원식 시장님이나 현 백상승 시장님의 지역중소기업사랑은 전국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을만큼 훈훈하시고 정력적이시다. 지역의 기업이 살아야 지역민의 소득이 오르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경주시에서 지역중소기업에 대한 기반시설을 위해 어려운 시예산을 쪼개어 지원해주시는 그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려고 우리 중소기업인들은 더욱 힘을 낼 것이다.
서산에 지는 2003년의 해야! 조류독감. 광우병. 닭뉴캐슬병. 그로인한 경기위축등등. 한 해 동안 슬프고 괴로웠던 일 몽땅 다 가져가라! 그리고 2004년 새해에 동해에 다시 떠오를 때는 천년고도 경주에 희망의 복을 한 보따리 가져오렴! 천년고도 경주를 중심으로 울산과 포항의 경제가 신라천년의 영광처럼 2004년 내내 밝은 태양처럼 더 멋있게 솟아 오르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送舊迎新하자! HAPPY NEW YEAR!
이정우
한국메탈 대표이사,문산지방공단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