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 즉 우리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다. 호모 사피엔스의 뜻은 ‘슬기로운 사람’이다. 아줌마는 ‘슬기롭다’의 어근, ‘슬기’의 뜻을 찾아봤다. 슬기 :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슬기롭게 살고 있는가? 1억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지구를 지배하는 곤충이 있다. 바로 개미다. 인기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어보면, 개미 사회를 재밌게 다뤘을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각종 정보 또한 가득하다. 그런데 개미 사회를 보고 아줌마가 놀란 지점이 있다. 완벽한 군집 생활의 표본으로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하고 있는 그들도, 100%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미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와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오히려 해를 끼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20% 내외의 개미들은 한량이거나 사고를 치는 불량개미들이다. 엉뚱한 곳에 굴을 파거나, 잘못 공사를 해서 집이 부서지고, 그러면 다른 개미들이 와서 수습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아줌마는 안도했다. 좀 웃기는 소리지만, 인간이 개미만도 못하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 사회 역시, 이로운 존재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는 대다수, 그리고 해악을 끼치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순리임을 받아들이자.
요즘 각종 이슈에서 네티즌들이 벌이는 설전과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행동들을 보게 된다.
어이없는 교사의 죽음.
교실에서 학습권을 방해하는 아이를 제지하기 위해, 자리에 서 있거나 뒤로 가서 잠깐 서 있어서 진정하라고 하면 정서 학대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를 몸으로 잡아 진정시키는 것 역시 아동학대다. 이런 상황에 많은 어리고 젊은 선생님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줌마도 혈압이 오른다. 도대체 어떤 학부모가 그랬는지 쫓아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다. 아줌마도 너무 속상하다, 분노한다. 그렇다고 그걸 다 표출하지는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표출의 방식을 사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한다.
분노는 쉽다. 분노는 마음이 포악해지고, 행동이 격해진다. 행동했다고 마음이 후련해지지도 않는다. 결국 후회만 남을 뿐이다. 좀 더 어른스럽게 할 수도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회를 흔들어 놓은 무자비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다룬 뉴스에 달린 댓글들, 악성 민원으로 선생님을 죽음으로 몬 학부모에 가해진 오프라인 행동들.
내 아이 앞에서도 떳떳하게 써도 되는 글인가?내 아이 앞에서도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짓인가?
우리 아이가, 친구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나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우며 따라 해도 될 말과 행동을 했는가 뒤돌아보자.
그렇다면 나의 글과 행동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아줌마도 이십 대는 혈기 왕성하다 못해, 아주 독불장군 같은 열정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 성격 어디 안 간다. 하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한 아이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나의 모든 행동은 아이를 통해 다시 배출된다. 내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은 아이를 통해 그대로 나온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다음 세대를 이룰 어른이 된다. 우리는 슬기로운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다.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여 일을 잘 처리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 그게 바로 우리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본다. 지나가는 사람, 풍경, 하늘 한 번 바라보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스마트폰은 더하면 더했지, 다르지 않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텔레비전만 보면, 사람과 소통할 힘도 에너지도 방법도 모두 잊게 된다. 사회의 일원으로 슬기롭게 살아가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상에 자신을 갇혀두게 만들지 말자. 혼자 있지 않다면 우리는 상대방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소통하고 이야기를 오래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출신이 다르다고, 외모가 다르다고 편협한 시각을 갖고 끼리끼리만 지낸다며 그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건강한 사회는 수용하고 소통하고 융합한다. 역사에서도 편협한 시각으로 독불장군처럼 지내면 멸망으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잊지 말자. 우리는 슬기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