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여년 동안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를 반려견으로 키우고 있다. 동경이가 주는 가족과의 친밀감은 시대가 주는 행복 그 이상이다. 필자의 도착을 알리는 자동차 소리에 짧은 꼬리는 이미 실룩거리기 시작하고, 엉덩이가 떨어져 나갈 듯이 흔든다. 눈을 맞추지 않고 지나쳐 버리면 애절한 목소리로 짖어댄다. 동경이는 우리 가족과 이미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전원생활은 반려견 동경이 덕분에 한층 더 행복하다. 개는 왜 인간과 특히 친밀한 것일까? 개와 인간의 만남은 약 1만4000년, 길게는 3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인간의 삶과 함께 하고 교감하는 유일한 반려동물이 되었다. 오랜 기간 개에게는 사람이 만들어준 안정된 잠자리와 먹이가 제공되어, 이젠 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사냥과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서식지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개들은 침입자들로부터 인간의 영역을 보호해주고, 탁월한 후각과 신체적 능력을 통하여 사냥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개의 도움이 필요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계속 개들과 함께 살고 있고, 이미 공통점이 많은 사회적 동물이 되었다. 개들은 훈련을 통하여 사람의 언어를 일부 알아들을 수 있고, 칭찬으로 사람과 마주 보며 서로가 행복을 느낀다. 개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친구와 적을 구분할 수 있고,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애교를 부리고,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위협하고 공격한다. 개는 아주 사교적이고, 친근하다. 충성심도 강하고, 진솔하다. 좀처럼 주인을 바꾸지 않는다. 이는 아마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이 관여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세로토닌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자극을 전송하는 화학물질로 성격, 감정, 불안 등 행복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와 관련된다. 야생 늑대를 공손한 개로 순화시키는 과정을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 개는 외형만 진화한 것이 아니라 행동도 진화했으며 가축화 과정에서 인지능력이 향상되었고, 인간의 친구 역할을 하도록 유전적으로 선택 받았다. 이제 개는 인간에게 정서적 지원을 하는 친구로 발전되었고 인간과 공생관계가 되어 없어서는 안 될 반려동물이 되었다. 반려견이 인간의 눈을 응시할 때 인간의 몸속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반응’과 똑같은 호르몬 반응이 일어난다. 개(犬)가 수천 년 동안의 진화를 통해 인간의 친구가 된 과정으로 설명된다. 개와 사람 간의 상호응시(mutual gazing) 현상은 엄마와 아기 간의 유대관계, 인간과의 신뢰성이며, 사랑에 빠지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이 생성된다. 엄마가 아기의 눈을 쳐다보면 아기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상승하고, 아기가 엄마의 눈을 쳐다보게 되며, 엄마의 옥시토신 농도를 상승시키는 현상이 일어난다. 오늘날 개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거의 붙어서 생활한다. 사람과 개가 공유하는 것은 공간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음식도 공유하기 때문에 개의 장내 미생물은 사람의 장내 미생물과 매우 유사했다. 사람과 개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매우 유사하여 유전자 내용 서로 유사하다. 반려동물을 가진 많은 사람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동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일원이나 사람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먹이나 생활습관에서 점점 더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 옥시토신 농도를 측정해보면 주인을 잘 쳐다본 반려견의 옥시토신 농도가 증가한다. 반면 쳐다보지 않은 반려견은 주인이나 개 모두 옥시토신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 약 4만 년 전, 아시아의 어떤 지역에서 회색늑대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수만 년에 걸친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개도 사람과 같이 먹이를 적당하게 주는 것이 개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칭얼대는 반려동물을 애처로워하고, 먹이를 적게 주는 것이 인간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반려견과 주인이 서로를 장기간 응시할 때, 행복 및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분비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분명 반려동물은 사람과의 교감 정도에 따라 느껴지는 행복도 달라진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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