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 천안문 광장에 가면 시간에 맞추어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이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각인되어 있는지 그 모습을 보는 중국인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해 한다. 중국의 민주화 운동 과정 중 천안문 광장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사실을 익히 아는 관광객들에게 이 모습은 매우 낯설고 거북하지만 철저한 언론통제로 그런 사실을 모르는 중국인들에게는 다만 감격의 현장일 뿐이다. 경기도 구리시,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아주 큰 태극기를 만날 수 있다. 구리시는 태극기 홍보에 적극적인 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게양대와 가장 큰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것으로 자랑한다. 실제로 구리시는 2018년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한강변 남구리IC에 있는 높이 81.5m의 게양대를 만들어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러나 태극기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말과 달리 아차산에 조성한 태극기 동산이 관리소홀로 방치되며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심지어 태극기날이라며 시내를 도배한 태극기는 괘를 잘못 달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아차산과 한강변에 게양된 초대형 태극기들은 특별한 관광성을 띠지 못한 채 다만 먼 곳에서도 잘 보이는 관상용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경주시도 약 7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가장 높은 태극기 게양대를 만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특별한 반대의견 없이 시의회의 승인을 얻은 모양이다. 이를 두고 경주의 SNS들이 그 당위성에 대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중 김경주 씨는 지난 9월 11일 “차라리 7억으로 시민 복지, 시민 권익 향상에 사용하는 것이 애국심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며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했다. 유사 이래로 국가를 강조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시대는 언제나 전체주의적 발상이 횡행하던 시기다. 독일 나찌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나 군국주의 일본이 욱일기를 만들어 숭상한 것이 좋은 예다. 참고로 유학자들이 태평성대의 최고 성인으로 꼽는 요임금은 “가장 좋은 정치는 백성들이 나라가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고 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자체가 나라답지 못하고 오히려 나라가 이상해졌다는 것임을 가르친 성인의 말씀을 경주시가 되새겼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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