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푸른 차나무 밭은 풍경 그 자체로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전라남도 보성의 경우 최근 녹차 밭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안성 기후와 내륙성 기후가 교차는 보성은 예로부터 차 재배의 적지로 알려진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동해의 해안선을 끼고 있는 경주도 차 재배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삼국사기의 기사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이미 차 재배가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남산 등지에 야생차나무가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 차 재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경주지역에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주에 차 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경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닌 관광도시로 차 단지의 체험관광과 유적관광을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의 차원에서도 매우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에서도 푸른 차나무 밭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전남농업기술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해 4,800톤의 녹차 수요가 있으나 생산량은 2,200톤에 불과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약 3,000ha 이상의 차밭이 조성되어야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를 찾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녹차를 원료로 캔 음료, 비누, 치약 등 생필품, 아이스크림과 국수, 빵 등 가공식품이 상품화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녹차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며 아울러 고소득이 보장되는 농가소득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웰빙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에 따라 차를 마시고 예를 찾는 다도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웰빙은 물질적인 가치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중시하는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을 가리키는 말로 다도문화는 요가나 명상과 함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녹차재배로 경주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서 녹차재배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시와 농업인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 차의 명맥이 끊기면서 다향(茶鄕)이라는 명성을 보성이 이어받다 보니 경주와 차를 이어주는 매개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자치단체에서는 사장된 경주의 차 문화를 발굴하여 소개하고 녹차나무 재배를 계획하는 농가나 농원에 대해서는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나무는 한번 식재하면 50년 이상 100년까지도 재배가 가능하며 다시 식재하기가 어려운 작물이므로 그 지방에 맞는 우량묘를 생산해야 하는데 개별 농가의 노력으로는 종묘생산이 힘든 만큼 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녹차재배를 계획하는 농업인은 다원을 중심으로 한 집단재배단지 추진을 고려해 볼 일이다. 녹차 밭이 관광상품으로 취급받는 만큼 다원조성을 통해 가공 상품까지 개발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의 바람에 그을린 녹차를 맛보던 사람들이 동해의 쪽빛에 물든 녹차를 마시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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