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스모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90년 초연)’와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1857-1919)의 ‘팔리아치(Pagliacci/1892년 초연)’다. 두 작품은 모두 손초뇨의 단막오페라 공모와 관련이 있다. 단, 전자는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후자는 공모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했다. 팔리아치는 단막이 아닌 3막(서막-1막-2막)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성을 꿰뚫어 본 손초뇨의 배려로 밀라노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는 각각 1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을 가진 오페라다. 그래서 동시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동네 단관극장에서 영화 두 편을 동시 상연하는 것과 유사하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만 동시 공연하는 것은 아니다. 베리스모 오페라들끼리 조합된 공연들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 순서는 극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먼저 공연되기도 하고, 팔리아치가 먼저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는 유사한 점이 많다. 마스카니와 레온카발로 모두 19세기 유럽 오페라를 호령했던 바그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적인 방식인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명확한 구별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른 바 번호 오페라의 실종이다. 또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영향력이 강화되었다. 오케스트라가 단순 반주만 하진 않는다. 두 오페라에는 작품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음악이 존재한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하면 간주곡(intermezzo)이 연상되듯 ‘팔리아치’하면 1막의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가 먼저 떠오른다. 비장한 선율의 간주곡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어주면서 투리두와 알피오의 결투를 잉태해낸다. 간주곡은 영화 ‘분노의 주먹(Raging Bull/1980)’ 오프닝과 ‘대부3(The Godfather:PartIII/1990)’의 라스트 씬에 쓰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의상을 입어라’는 어린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광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야 하는 카니오의 비통한 심정을 노래한다. 오늘날 유명 테너들이 콘서트 무대에서 많이 애창하는 아리아 중 하나이다. 두 오페라는 사실주의 오페라답게 평범한 사람들의 치정살인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의 시골 남자 둘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결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투리두가 총에 맞아 죽는다. 팔리아치는 더 극적이다. 공연과 실제를 혼동한 카니오가 아내와 그의 정부를 공연 중에 칼로 찔러 죽인다. 둘 다 엔딩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전자는 ‘투리두가 죽었다!’라는 마을사람들의 외침, 그리고 후자는 ‘연극은 끝났다!’라는 카니오의 일갈과 함께 막이 내린다. 이렇게 19세기 후반 오페라의 비극은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공통점 하나 더! 두 작곡가 모두 더 이상의 히트작은 없었다. 마스카니와 레온카발로 모두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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