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지난해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경주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됐다. 문체부는 지난달 14일 제5차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16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법정문화도시 지정평가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공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19일 예정됐던 제5차 법정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최종 현장실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중단 이유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국비로 지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또 기존 지정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사업은 앞으로 지역의 자율예산으로 진행되며, 국비지원은 중단될 예정이라고 전해지면서 해당 지자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주시는 법정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2020년부터 세 차례 도전 끝에 지난해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이어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법정문화도시 선정에 힘써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그간의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가 된 셈이다. 특히 이번 문체부의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 중단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사업과 결을 같이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기존 법정문화도시 사업과 본질적인 개념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권역별 문화도시 육성과 인근 도시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문화균형발전을 지향하는 광역형 선도모델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을 광역시, 경기, 충청, 강원, 경상, 전라, 제주 등 총 7개 권역으로 나눠 최종 7개 도시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미 법정문화도시 선정된 지자체는 공모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들 2개 사업의 개념이 유사한데도 수년간 지속해왔던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지자체만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중단한 이유는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한 문체부의 명확한 해명조차 없다보니 전 정부 사업 지우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광역권으로 나눠 7개 도시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경북도내에서만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된 경주, 안동이 있고, 또 많은 콘텐츠를 가진 시·군이 경쟁에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이로 인해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됐던 경주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로서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문체부는 현재 사업취소가 아니라 사업중단이라는 애매모호한 입장만 전달해 지자체들만 혼란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체부는 지금이라도 명확한 방침을 결정하고 공식발표해 더 이상의 혼선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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