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후 토요일 오후 약속이 있어 인사동에 갔는데 세계잼버리대회에 참여했던 다양한 나라의 스카우트들이 인사동을 찾아 함께 하는 모습을 봤다. 대회는 끝났지만 독일·포르투갈·체코·루마니아·우루과이 등 5개국 대원 400여명이 ‘천년고도’ 경주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폭염과 태풍의 기간 속에 회자된 잼버리대회가 다시 떠올랐다.
잼버리(jamboree)의 어원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으로 세계잼버리는 1920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대회이며, 이번 새만금 대회는 25회 대회였다. 새만금대회 이전에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제17회 세계잼버리가 1991년 8월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되었으며 사상 유례없이 많은 나라가 참가했으며 특히 동구권에서 12개국이 참가해 동·서 화합의 한마당이 되었다.
이번 잼버리로 인해 대한민국 국격이 떨어지고, 국민과 기업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 현재와 미래, 전화위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를 보며 2개의 문장과 3개의 단어가 떠올랐다. 2개의 문장은 ‘전략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No strategy, no future)’, ‘치밀한 계획과 치밀한 실행이 없으면 실패는 에정된 것이다(No plan&implementation, no sucess)’이고 3개의 단어는 ‘매력자본(Erotic capital)’과 ‘사회자본(Social capital)’ 그리고 ‘신뢰자본(Trust Capital)’이다. 이중 가장 강조되는 것이 국가, 도시, 조직, 개인에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신뢰자본이다.
그렇다면 경주의 매력자본, 사회자본, 신뢰자본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평가받고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각인되어 있을까?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유치 등 각종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주에 이런 자본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략은 있는지, 치밀한 계획수립과 지독한 실행을 위한 역량과 의지는 있는가도 궁금하다.
‘매력자본(Erotic Capital)’은 한마디로 매력이 능력이요 경쟁력이라는 말이다. 다만, 매력은 ‘잘 생긴 외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감각, 활력, 세련됨,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등 다른 이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태도와 기술의 총합이다. 이런 기본 위에 부지런한 실천을 통해 신뢰자본이 형성되면 개인의 뜻을 이룰 수 있음은 물론 조직과 도시 국가에 이르기까지 성과와 보람을 실현시킨다.
‘사회자본(사회적 자본)’은 한 개인에게는 없지만 그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신뢰는 바로 이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며 모든 지지와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이번 잼버리대회 폐영 후 한국 도시의 매력자본, 사회자본, 신뢰자본은 어떻게 변화되고 국가, 도시, 개인, 기업에는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잼버리 대회 자체도 그렇다. 화려한 모습, 가슴에 걸릴 훈장, 교언영색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아름다움과 성취를 위한 사회자본, 매력자본, 신뢰자본을 쌓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었기를 기대한다.
필자가 늘 경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안고수비(眼高手卑)’다. 눈은 높으나 솜씨는 서투르다는 뜻으로 이상만 높고 실천이 따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인데 이뤄낼 인품, 실력, 여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원하는 것만 취하려 달려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 하나하나가 나의 매력자본, 신뢰자본을 망가뜨리고 결국은 다른 목표도 쓰러지게 만든다.
‘10, 10, 10’ 법칙이란 게 있다. ‘친구를 사귀는 데는 10달러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 친구를 잃는 데는 10초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 친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이처럼 매력자본, 사회자본, 신뢰자본은 절대 중요하고 한 번 만들거나 유지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잼버리를 거쳐 경주에서 마지막 여정을 보냈을 많은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