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무덤 이장(移葬)하기                                                                                                                                 이원만 죽었다 하는데도 아니에요, 아이들은 고사리손에 물 받아와 참새에게 뿌린다.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일어나라, 정신 차려라, 한다. 한참을 그랬는데도 바닥에 물이 흥건한데도 물러설 줄 모르는 아이들 일으켜 죽었으니 묻어주자 삽을 찾아들었다. 은행나무 밑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은행잎 몇 장 덮어 묻어주면서 참새를 은행나무에 저축하는 거라고 참새 같은 작은 새는 은행나무 이파리로 다시 태어나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한다고 참새들이 은행나무에 찾아오는 건 친구를 만나러 오는 거라고 울먹거리는 아이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보고 은행나무를 한 번 보더니 내일 아침에 와서 꼭 확인해보겠다 한다. 교문을 나서는 어린 조문객들을 보며 참새가 은행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은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말해주기로 하고 지금 자리에서 몇 걸음 옆으로 참새무덤을 옮겨놓았다. 참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은행나무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어린 조문객들을 위한 배려 이제 막 등단한 신인의 사려 깊은 시를 만난다. 배경 설명 없이 바로 들어가는 서사와 이어지는 자연스런 전개, 능청스런 어법, 생태적 상상력이 두루 갖추어진 작품이다. 여리고 포동포동한 주먹 쥔 손으로 물을 받아와 참새에게 뿌리며 “일어나라, 정신 차려라”하는, 바닥에 물이 흥건한데도 참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화자 ‘나’는 삽을 찾아 “은행나무 밑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죽은 참새를 묻는다. 그러면서 “참새를 은행나무에 저축하는 거”라고, 참새는 “은행나무 이파리로 다시 태어나/하늘을 나는 연습을 한다고”, “참새들이 은행나무에 찾아오는 건/친구를 만나러 오는 거라고”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반신반의하듯 은행나무 한번 쳐다보고, 나 한번 쳐다보고 어린 조문객들은 내일 아침에 꼭 확인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교문을 나서고,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몇 걸음 옆으로 참새무덤을 옮겨놓”는다. 그러고는 “참새와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은행나무와 나만 아는 비밀”이라고 꾹꾹 눌러 적는다. 죽은 참새는 썩어서라도 은행나무 속으로 들어가긴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은 아이들이 크면 자연스레 체득해나갈 것이고, 지금은 다만 참새와 은행잎과 숨결을 같이하고픈 아이들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시인의 배려가 필요할 때! 그 바탕에는 생명이 경시되는 시대에 우주 공동체의 일원으로 마음 자리를 낮추고 실천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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