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의 시 ‘송아지’ 노랫말을 흥얼거리다 황성공원 숲속에 있는 ‘송아지’ 시비가 기억의 강에서 은어처럼 튀어 오른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 엄마귀도 얼룩 귀 귀가 닮았네’ 이 시와 함께 경주의 혼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재, 산야를 이어주는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주 둘레길, 서울 두드림 길 등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길이 운영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내외 많은 분들이 그 길을 찾아 함께 하며 행복, 힐링은 물론 그 지역의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필자도 그런 길을 걸으며 삶의 활력을 충전하곤 하는데 근래 들어 아쉬움 하나가 든다. 이 멋진 길을 강아지와 함께 며칠간 여유롭게 이어 걸을 수 없을까란 것이었다. 특히 박목월 시인의 ‘송아지’ 시처럼 동물에 친숙한 경주라면 강아지와는 더욱더 매칭되지 않을까? 사전상 반려견의 의미는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다. 한 공간에서 단지 함께 살아간다는 차원보다 더 깊은 의미로 진화된 것이다. 코로나를 거치고, 라이프 스타일과 가족의 개념까지 변화되는 때에 반려동물의 개념과 의미는 갈수록 심화될 것 같다. 이번 6월로 필자가 ‘비숑 프리제’와 함께 한 지 2년이 된다. 어릴 적에 강아지는 마당에서 키워야 하고 멍석에도 못 올라오게 하였는데 이제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함께 하고 침대에 오를 수 있도록 다리까지 설치했다. 평일 저녁에는 동네를 산책하고 주말에는 집 근처 산의 둘레길을 함께 걷는 즐거움이 크다. 역사적으로 경주는 ‘동경이’라는 견종의 고향이다. ‘동경이’는 2010년 10월 11일에 한국의 4번째 토종견으로 공인되었고 2011년에 아시아 견종 인증까지 마쳤으며 2012년 11월 16일에는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되었다. 기록상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한국의 개로 문헌적으로는 삼국사기(三國史記)ㆍ동경잡기(東京雜記) 등 수십 편에 기록되어 있으며 문헌 외적으로는 삼국시대인 5~6세기에 만들어진 신라 토우에서 꼬리가 뭉툭한 개들이 많이 등장하는 바, 동경이는 신라, 경주의 개이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전체 가구 중 15%인 312만9000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9월 전국 20~64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패널조사를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율은 25.4%였고, 그 중 75.6%가 ‘개’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차원에서 역사적으로 개와 관련 깊은 경주가 반려견과 함께 사랑받는 도시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려견과 여행하기, 반려견과 함께 지내기, 반려견과 함께 걷는 길로 대한민국을 반려견 문화를 이끌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세부적으로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 호텔과 리조트, 음식점 등 생활 필수시설에 에티켓을 준수하고 모범이 되는 반려인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지내는 파라다이스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전국으로부터 반려견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몰려와 경주의 유적과 자연이 들려주는 길을 걷고 반려견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는 개와 인연 깊은 경주이기에 가능하고 경주에만 있을 것 같다. 유일무이한 반려견과 함께 걷는 경주의 길과 박목월 시인의 ‘송아지’처럼 ‘동경이’를 노래하는 시와 시비, 문화재 소개와 개의 역사와 에티켓을 안내하는 소개자료가 함께 하는 경주를 그려본다. 나아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올림픽, 페스티벌, 음악회, 캠핑대회, 걷기대회도 상상해본다. 반려견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곳, 경주야말로 어느 도시보다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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