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경주시의 장기적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천분교를 시작으로 도서관 예산을 활용해 황성공원 내 추진 중이던 시립미술관 건립이 사실상 무산되자 또다시 방폐장 예산으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예산으로 시립미술관 추진 계획은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지난 10일 문화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립미술관 용역비 중복 사용에 대한 시의원의 질의가 이어지면서다. 김소현 의원은 “시립미술관 용역비가 부지선정 관련 5000만원을 시작으로 황성공원 내 건립 예산 등으로 중복 사용되고 있다”면서 “용역과 관계없이 시립미술관만 지으려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부서 담당자는 해당 용역비와 추진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방폐장 예산으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 시 담당자는 “시립미술관 후보지 선정과 황성공원 내 건립 관련 용역비가 사용됐으며, 최근 방폐장 지원사업 중 하나인 ‘그랜드 바자르’ 사업을 변경해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존 시립미술관 용역을 바탕으로 예산 낭비 없이 타당성 조사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랜드 바자르 사업비 330억원은? 경주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사용하려는 예산은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55개 중 하나인 ‘신라그랜드 바자르 조성’이다. 당초 이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 포함 약 33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엑스포대공원 내에 전통음악, 세계전통음악, 음식, 공예, 전통차 체험 및 쇼핑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신라그랜드바자르 조성사업 기본계획용역 결과 미비한 점이 많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시는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신라그랜드 바자르 조성’ 사업을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 시 관계자는 “엑스포대공원 내 계획된 사업을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으로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문체부와 산자부 등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업 변경에 긍정적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업이 진행된다면 사실상 무산된 도서관 연계 시립미술관보다 큰 규모의 시립미술관이 건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 건립 대안 시립미술관 건립은 ‘무산’ 경주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신라그랜드바자르 예산을 지목한 것은 자사고 대안 사업으로 추진하던 시립미술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개최된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가칭, 이하 도서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보고회에서는 당초 함께 추진된 시립미술관은 제외된 채 도서관 단독 건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복합도서관은 황성공원 내 3만㎡(약 9100평) 부지에 787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6년까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시공간은 지하 1층에 소규모로 결정됐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예산 중 일부를 시립미술관 등 도서관 건립 이외 다른 용도로 쓰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자사고 무산 대안 사업으로 도서관 건립이 추진됐다”면서 “다른 용도로 예산 예산 집행은 어렵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시립미술관 건립 지역 예술인들의 염원을 담은 시립미술관 건립에 경주시가 근시안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2020년 지역 미술사 정립과 문화 관광 다양성을 위해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한다며 물천분교 매입을 제시했다. 당시 폐교된 물천분교를 3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매입, 리모델링해 시립미술관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접근성, 타당성 등의 문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건립 예정지를 황성공원과 엑스포공원 등으로 넓히게 된다. 이후 시립미술관 건립은 예산 확보 문제로 한수원 자사고 대안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한수원 자사고 무산 대안 사업은 예산 787억원을 들여 복합 도서관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 예산 가운데 한수원은 도서관 건립에 전액을 쓰는 대신 장학사업으로 200억원 정도를 책정하자는 의견을 나타냈지만 시는 시립미술관 예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시 관계자는 “초창기 독단적으로 추진하던 시립미술관 건립이 국비 문제로 한수원 예산으로 진행됐다”면서 “중심은 복합도서관으로 미술관 예산은 복합도서관보다 적은 150억원에서 200억 규모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립미술관 사업이 무산되고, 또 다른 방폐장 지원 예산으로 시립미술관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주시의 장기적 플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 예술 종사자는 “미술관 건립은 초기 수 백억원의 예산이 투자되고 건립 후에도 매년 수 십 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지역의 큰 과제다”면서 “장기적 계획 없이 장소는 물천, 엑스포대공원, 황성공원을 오갔고 예산도 방폐장 지원금을 돌려쓰기 수준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 계획을 통해 시립미술관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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