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순천만 정원박람회에 다녀왔다. 입장권을 내야 하는데 같이 간 일행은 무료로 입장하였다. 어떻게 무료입장이 되는지 알아보니, 지금은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고향이 순천이라 ‘향우인증’이라는 것을 발급받아 반값으로 연간이용권을 미리 구매했다는 것이다. 좀 더 알아보니 순천시에서는 타지에 거주하는 출향인과 가족들에게 향우인증을 발급하고 있었다. 향우인증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등록기준지가 순천시로 되어 있는 다른 지역 거주자와 배우자, 직계비속이 발급 대상이다. 향우인증 소유자에게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등 순천시가 설치하여 관리하는 관광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순천시민과 같은 수준의 입장료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적절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경주에도 같은 것이 있나 싶어 검색해봤는데, 아직은 시행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지방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역소멸 문제가 경주라고 비껴갈 수 없다. 인구감소는 세수 부족뿐 아니라, 도시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위한 도시계획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도시의 도시공간구조와 기반 시설, 주택공급 방향 등 장기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는 도시·군기본계획의 첫 단추는 바로 인구다.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택용지도 계획할 수 있고, 또 그 주택용지에 걸맞은 상업시설을 비롯한 각종 기반 시설을 계획하기 위한 근거도 확보된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는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인구가 감소추세에 있다. 그렇다고 도시·군기본계획에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대부분 도시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행정과 예산 대부분이 인구수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순진하게 줄어드는 인구수를 그대로 계획에 반영하기란 어렵다. 우리나라 전국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지자체별 계획 인구수를 모두 합하면 그 반대 현상이 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계획을 비롯한 도시 운영과 관리 정책 수립 과정에서 새로운 인구개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관계 인구’다. 관계 인구는 기존의 지역에 정주하는 주민들이 아닌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인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경주의 농산물이나 특산품이 좋아 자주 구매하는 사람, 경주를 자주 찾는 관광객 등이 관계 인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도시계획수립의 원 단위로 활용되는 인구를 거주인구가 아닌 관광객과 같은 관계 인구로 설정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경주 관광객은 인구감소 추세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여 도시 정책에 반영한다면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도 관계 인구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이러한 관계 인구 형성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순천시를 비롯한 사천시, 밀양시에서 시행하는 향우인증도 그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경주도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주에도 향우인증이 발급된다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관계 인구의 확대다. 순천시 사례의 경우 향우인증은 배우자와 직계비속까지 발급 대상에 포함된다. 관계 인구를 출향인들의 가족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묘안이다. 출향인은 한 명인데, 관계 인구는 그 가족으로 늘어난다. 둘째, 지역과 고향에 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고향 경주가 출향인들과 그 가족들을 공적으로 챙겨주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단순한 입장료가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경주 출신이지만 타지인과 같은 대우여서 느꼈을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 셋째, 경주 발전에 재정적으로도 이바지할 수 있다. 향우인증은 단순 ‘입장료 할인정책’이 아니다. 향우들과 그 가족들이 경주에 오는데 무료입장이 다일까? 경주의 농산물과 특산품을 구매하고, 경주로 휴가를 오고, 또 경주를 홍보하는 등 관계 인구들은 직간접적으로 경주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자, 이제 적극적으로 경주의 관계 인구를 확대해 보자. 우리 경주와 소통하는 팬들을 늘려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