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초 부지 활용을 둘러싸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도심살리기 공론화위원회가 학교 이전과 통폐합 열쇠를 쥔 교육청과 학생·학부모를 배제한 채 월성초 이전과 부지 활용, 이를 통한 도심 상권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어서다. 지난 5일 경주시청에서는 월성초 이전을 전제로 한 ‘월성초 부지 활용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월성초 부지 활용 용역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학교 부지 활용방안 도출하기 위한 명목으로 경주도심살리기 공론화위원회와 월성초 총동창회, 도심상권 대표, 시장, 도의원, 도시전문가, 부서담당자 등이 참여했다. 주낙영 시장은 보고회에 앞서 “경주시민의 자발적인 경주 도심 살리기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 보고회를 마련했다”면서 “월성초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가 및 여론조사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고자 용역이 진행된 것이다”고 밝혔다. 활용방안 용역연구를 맡은 A업체는 보고회를 통해 월성초 대상지 분석과 국내·외 학교 부지 활용 유사사례 분석 등을 내놓았다. A업체는 월성초 주변 중부동은 고령화율이 35%로 높아 급격한 인구유출 방지와 방문자 유입을 위한 공간조성과 콘텐츠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업체는 “황리단길에 집중된 관광객을 원도심으로 연결해 모으고 분산시키는 허브로써 다기능 복합플랫폼 공간을 조성해 외부 방문객을 유인해야 한다”면서 “대형미디어아트전시관 조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원도심 매력에 건축물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7층 규모의 건물 이미지를 제시하며 월성초 부지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스틸 조형물 형태의 로컬 복합문화관을 제안했다. 엇갈린 반응에 생각도 제각각 이날 보고회 후 참석한 위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김규호 경주시문화도시사업단장은 학교 이전에 가장 중요한 당위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호 단장은 “학생 감소 등 학생 변화 예측이 있어야 통폐합, 이전에 당위성이 있지만 보고회는 이전 당위성이 빠져 주민, 학부모, 동창회를 설득할 명분과 논리가 없다”면서 “시내권은 고도보존법 등의 문제로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데 관련법 검토가 전혀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성초 부지 활용에 앞서 학교 이전 선결 조건 해결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승직 도의원은 “학교 이외의 시설이 들어와서 지역 활성화가 되면 좋지만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학교 이전 가능성”이라면서 “도교육감은 학생 180명 정도의 학교를 통폐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번 활용 용역은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주교육청은 아무런 공문 없이 학교를 없애는 것에 황당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성초 부지 활용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제시됐다. 경주도심살리기 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학교 이전이 가능한 일이며, 이후 월성초 활용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면서 “월성초도 황남초 사례를 들어 학부모를 설득하고 이전 논의가 활성화되면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리와 정당성 부족은 있다. 하지만 도심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월성초 부지가 대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은 월성초 활용은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전 논리와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주 시장은 “부지에 거창한 랜드마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이전해야 하는지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다”며 “도심공동화로 인한 학생 감소, 장기적 관점에서 3개 학교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이전·활용인가? 월성초 부지 활용방안 연구용역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 문제도 지적됐다. 보고회 내용은 학교 이전에 중심인 학생과 학부모는 배제됐고, 부지 활용은 지역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보다는 상권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배진석 도의원은 학교 이전은 학생이 우선돼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공론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중심상권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은 서로 상충하는 조건이다”면서 “공론화 목적이 주민인지, 아니면 황리단길 관광객 유입이 목적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동창회도 공론화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상효 총동창회장은 “학교를 위기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논리로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면서 “왜 상가가 나서서 이전을 추진하는가. 이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을 추진하려면 제대로 된 대안 제시가 먼저다. 건물 하나 지어서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섣부른 접근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전 공론화 용역 왜? 월성초 부지 활용 용역은 도심에 위치한 학교를 통폐합해 구도심 활성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견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서 초·중·고 부지의 주민 편의시설 설립에 대한 특별교부금 지원 협의가 진행된 후 주낙영 시장은 자신의 SNS에 통폐합을 제안했다. 주 시장은 구도심권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초등학교 부지를 생활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주 시장은 “학교를 통폐합 아니면 황남초처럼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면 효율적 학교 운영이 가능하며 학교 이전으로 빈 도시공간에 지하 주차장, 커뮤니티 센터, 체육관 등을 조성해 시민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도심지역 활성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경주도심살리기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해 시장 면담, 주민 서명운동, 학부모 여론 파악에 나섰고 부지 활용을 위한 용역발주까지 진행됐다. 학교 이전과 통폐합은 가능할까? 월성초 부지 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학교 이전과 통폐합이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학교 이전과 통폐합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경북도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통폐합 기준은 학생 수 10명 이하로, 월성초는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통폐합 시 학생들의 통학시간 증가도 우려로 작용된다. 월성초가 통합돼 인근 학교로 재배치된다면 학생들은 계림초와 흥무초, 신라초 등으로 등교해야 한다. 이로 인해 통학 거리가 도보로 15분에서 18분까지 추가로 증가하게 된다. 가까운 초등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 입장에선 통학 거리 증가는 쉽게 수긍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만약 학교 통폐합 시 가장 중요한 학부모 2/3 이상 찬성에 반대급부로 작용될 전망이다. 월성초 학생은 오히려 증가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교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상 학교인 월성초는 최근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월성초 학생 수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164명이던 학생 수가 2021년 168명, 2022년 168명, 2023년 193명으로 증가 추세다. 2027년까지 학생배치계획을 보더라도 월성초 학생 수는 꾸준히 100명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월성초 학생은 2024년 152명, 2025년 139명, 2026년 135명, 2027년 123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 입학 전망수치는 빠져있어 월성초는 예상치보다 더 많은 학생이 유입될 전망이다. 신설 대체 이전은? 공론화위원회는 월성초를 2026년 개교 예정인 신경주역세권 개발지구로 이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구) 화천초의 재개교가 예정돼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신경주역세권 개발지구에 들어설 학교는 구) 화천초 재개교로 승인받아 월성초의 이전은 불가해 보인다. 또 공론화위원회는 황남초 이전을 사례로 학교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월성초와 황남초는 상황이 다르다. 황남초의 용강동 이전은 당시 학생 수가 50명 이하로 급감했고, 동창회와 학부모의 학교 존폐 위기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전이 가능했다. 그리고 학교명 유지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통폐합 기준에서 제외되고, 화천초 재교개가 예정돼있어, 월성초가 교명을 유지한 채 이전하기에는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교육 전문가는 “월성초 이전과 통폐합 추진은 가장 중요한 교육청과 학부모, 학생 등 주체가 빠진 상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실현 가능성도 적다”면서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추진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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