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리’란 것이 있다. 늦은 봄, 밀을 추수하고 난 뒤 밀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밀짚과 북대기로 불을 지핀 후 이삭을 구워 먹는 것을 말한다.
밀사리는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어른·아이 없이 즐겨 해 먹던 것으로 가난한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자 시골 사람들의 흔한 추억이었다.
태운 밀 이삭을 양손으로 비비면 밀껍질이 일어나 바스러지는데 이것을 입으로 불어 껍질을 날려버리고 익은 낱알을 먹는다. 손으로 낱알들을 털어넣다보면 입 언저리에 시꺼멓게 재가 묻기 마련, 입 검은 강아지처럼 검게 변한 얼굴 덕분에 상대적으로 이가 훨씬 하얗게 보이는 게 재미있어 깔깔 웃다 보면 해가 서산으로 기울곤 했다.
그 밀사리를 김현주 씨가 재현해 보였다. 지난 21일 김현주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에는 밀사리에 빠진 김현주 씨의 즐거운 시간이 올라 왔다. 이를 본 페이스북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밀사리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루 사이 밀사리와 관련한 ‘좋아요’가 수백 개 달렸고 댓글도 100개 가깝게 달렸다. 밀사리 하다보면 덜 익힌 밀을 씹는 경우도 잦았는데 이 경우 밀을 씹으면 씹을수록 전분이 침과 반응해 껌처럼 변한다는 사실도 댓글 속에 있었다. 밀사리를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달 수 없는 댓글이다. ‘주디가 시꺼매진다’는 댓글도 마찬가지다. 손이 얼얼해져야 배가 부를 것이라는 댓글도 있지만 밀사리로 배가 잠깐의 요기는 되겠지만 배부를 일은 거의 없었다.
갈곡밀밭에서 밀사리를 체험했다는 김현주 씨 사진을 보면 밀사리를 즐기는 모습 자체로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고 풍요로운 나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추억 속의 밀사리는 먹을 것 귀하던 가난한 시골들이 허기를 때우기 위해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 했던 반면 사진 속 밀사리는 밀을 밀짚째로 태워서 해먹은 그야말로 ‘체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밀사리 하던 그 시절 사진처럼 밀짚째 불에 태워 먹었다면 어느 부잣집 자제였거나 어른들에게 야단을 크게 맞거나 했을 법한 풍경이다.
아무렴 어떨까? 오월 밀밭에 황금물결이 일고 그 한쪽에서 해먹는 밀사리는 꿀맛이지 않았을까? 보나마나 입언저리가 시꺼멓게 변해 마주 보고 깔깔 웃었을 김현주 씨 일행에게 2023년 5월 밀밭은 아주 특별한 추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