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걷기 좋은 도보길이 참 많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삼릉가는 길, 동남산가는 길, 진평왕릉가는 길, 보문호반길,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신문왕 호국행차길을 종종 걷곤 한다. 작년 9월에 신문왕 호국행차길을 걸은 이후 지난달에 그 길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입구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탐방길을 왕복해야 하거나 종착지에서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출발지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시장 승강장에서 150-1번 시내버스를 타고 30여분 만에 추령터널(경주시 황용동과 문무대왕면 장항리를 잇는 터널) 입구에 있는 추원 승강장에서 하차했다. 거기서 1시간 여 걸어야 신문왕 호국행차길이 시작된다. 호국행차길 출발지에 가까이 왔더니 신문왕 호국행차길이 작년에 ‘힌남노’ 태풍의 피해를 크게 입어 폐쇄되어 있었다.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탐방로 폐쇄기간이 ‘22년 9월 6일~복구 완료시’로 되어 있었다. 현수막에 적혀있는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전화번호로 복구가 언제 완료되느냐고 문의했더니 “올 가을이 되어야 복구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둘러 복구하지 않는 이유는 예산 지원이 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행인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서둘러 복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탐방길 폐쇄 기간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는 데는 이 길을 바라보는 경주국립공원사무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듯 했다. 직접적인 원인이야 복구 예산 늑장 지원이겠지만, 신문왕 호국행차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문왕 호국행차길은 문무대왕 장례 행렬이 지나간 길이며 신문왕이 문무대왕릉에 참배하려 가던 길이다. 동해바다에서 바다의 용이 된 문무대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 장군으로부터 대나무를 받아 왕궁으로 돌아온 길이기도 하다. 이 대나무로 피리로 만들어 부니 나라의 온갖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게 되어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고 하였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연폭포가 있는 곳을 종점으로 이 탐방길은 끝난다.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이 길은 신라시대에 마차가 다닐 정도로 경사도가 완만한 걷기 쉬운 숲길이기도 하다. 이토록 매력적인 신문왕 호국행차길이 경주시민과 관광객에게 더 사랑받는 길이 될 수 있도록 탐방길 복구와 병행하여 몇 가지 사항을 보완하길 제안한다. 첫째, ‘신문왕 호국행차길’ 또는 ‘왕의 길’로 불리는 탐방길 이름을 ‘만파식적길’로 개칭하길 제안한다. 왕의 길은 고유명사가 아니며, 힐링과 워라밸이 추구되는 이 시대에 호국행차 자체보다는 만파식적에 담긴 의미가 보다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올 것이다. 둘째, 신문왕 호국행차길 구간은 버스 승강장에서 1시간여 걸은 지점부터 기림사 1km 못 미쳐 있는 용연폭포까지이다. 이 탐방길의 구간을 기림사 입구까지로 연장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기림사 입구에서 감은사지까지 구간의 탐방길과 연결할 수 있다. 셋째, 신문왕 호국행차길 입구를 경유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추원’ 승강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버스노선도나 버스 안에서 안내방송을 할 때 ‘추원’만이 아니라 ‘신문왕 호국행차길 입구’라고 병행해서 알려주면 초행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기림사 앞에는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 기림사 매표소에서 시내버스 승강장 간의 거리는 3km이다. 기림사나 신문왕 호국행차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시내버스의 운행이 필요하다. 이상의 제안이 반영되면 신문왕 호국행차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제안이 반영되려면 도보길 관리의 주무부서가 명확해야 하고 관련 부서 간의 협의도 필요하다. 경주시와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등과 협업이 요구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경주의 도보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 소백산 자락길 등과 같은 여타 유명한 도보길과 구분되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경주의 걷고 싶은 도보길 다수는 곳곳에 문화재가 있고 이야기가 담겨있는 역사문화 중심의 탐방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올레길(27개 코스)과 같은 타 지역의 도보길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반해, 경주의 대표적인 도보길은 각각 떨어져 있다. 경주에서도 각각의 도보길 명칭을 아우르는 전체 길 이름을 만들어 각각의 도보길에 일련번호를 붙여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도보길 명칭으로 ‘아유길(아름다운 문화유산길)’도 괜찮은 명칭이다. 경주가 가진 아름다운 도보길들이 더욱 걷고 싶은 ‘명품 도보길’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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