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은 방정환 선생님이 제정했다. 날짜는 여러 번 변경되었지만 그 취지는 변함이 없었다. 1923년 5월 1일 첫 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이 배포되었는데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라고 당부했다. 방정환은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존중을 부탁한 것이다. 첫 번째 어린이날의 구호는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였다. <출처 어린이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주권을 잃는 나라에서 먹고 살기도 버거웠던 시절, 이날 하루만큼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어린이날을 만들었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고 부드럽게 대하라며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라고 말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되어 서로 사랑하고 도우라는 메시지로 현재의 어린이날에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는 가르침이다.
2023년 엄마들이, 부모가 아이들과 보내는 어린이날은 어떤가? 휴일을 기념하여 아이들과 가족여행을 계획하는가? 아이들은 당연히 선물을 받고 용돈을 받는 날로 알고 있지는 않은가?얼마 전 “개근거지”라는 뉴스를 보았다. 개근을 한다는 것은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가난하다(거지)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이다.
이 무슨 개뼉다귀 같은 소리냐고 낭만닥터 김사부가 말할 것 같다. 아줌마도 동의한다. 엄마들은 어떤가?
아줌마가 20대 후반 시절 직장생활 당시 큰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했던 행사 도중 사무실에 급히 가야할 일이 생겼다. 단지에서 쉽게 택시를 잡고 이동하는데 기사님께 어떻게 이 시간에 택시가 있네요, 여쭈니 그 단지에 살고 계시다는 말씀에 너무 좋은 동네, 학교까지 부럽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기사님은 아이 학교를 전학시키고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답을 주셨다. 사실인즉 초등학교를 단지 안에 둔 대단지아파트인데 단지 별로 분양과 임대단지가 구분되어 있단다. 그런데 분양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몇 단지에 사냐고 묻고는 임대단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너희 집 아니라며 분양단지 아이들끼리만 같이 논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사님의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결국 한달 만에 전학을 고려하고 있고 이사까지 고심한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등학생이 분양과 임대라는 단어로 친구를 구분할 생각을 했을까? 조카를 네 명이나 두고 있었던 나는 자신한다. 그건 부모들이 그런 말을 사용했고 아이들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개근거지 역시 말은 아이들이 지었을지 모르지만, 그 아이들이 가진 가치관은 아마도 그 아이 부모의 가치관일 확률이 높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지하고 습득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부모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캐치한다. 아줌마가 뒷목 잡으며 이야기한다. 너희 집이 1억이든 10억이든 네 것이 아니다. 너는 미성년자라 부모 집에 얹혀사는 중이다.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 어린이날이라고 생일이라고 모든 가족이 여행을 가지는 않는다. 가게 되었다면 감사하게 생각해라. 가난한 사람이라고 게으르고 부자라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다. 버는 것보다 많이 쓰면 가난해진다. 식구가 갑자기 큰 병이 걸려 버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나와도 가난해진다. 물론 도박이나 낭비로 가난한 사람도 있다. 부자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물려줘서, 운이 좋아서, 나쁜 짓을 해서 부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으로서 사람을 이야기해야지, 물질적인 것으로 판단하지 마라. 개근거지? “네가 개근의 맛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