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직원들의 통근 기차역 ‘효자역’
효자동 철로가 없어짐으로 동해남부선 효자역은 퇴역되었습니다. 그러나 폐철로 선단위에 ‘포항역← 효자역→ 부조역’이란 하얀 목조 방향 표지판은 그대로 서 있고, 역사(驛舍)는 남아있습니다. 1927년 경동선 간이역으르 개통되었고, 2015년 4월, 여객 영업이 중지되어 현재 괴동선 화물 열차만 지나가고 있어요.
이역은 포항제철의 직원 통근 열차로 운행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 출·퇴근 전용기차로 사용한 한국 초유의 일이기도 합니다. 1975년, 동차 2량을 기부체납 받아, 포항역→효자역→괴동역→제철역의 108㎞를 달렸으며, 1일 10회 왕복, 하루 1700여명(상주·3교대 직원)을 실어 날랐습니다. 효자역(孝子驛)은 포항제철 효자주택단지 직원들이 탔으며, 포항제철소 내에 설치된 ‘제철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한국 제철 산업개발에 충실했던 효자역이었습니다.
포항제철소 구내에 있던 ‘제철역’
제철역(製鐵驛)은 1975년 7월 포항제철 통근 열차 운행개시와 함께 포항제철소 정문 중앙도로 옆에 있던 기차역입니다. 시내 ‘포항역’에서 효자역을 지나고, 형산강 둑을 타고 가다, 섬안 큰 다리 옆 철로로 형산강을 건너다녔어요. 1979년 5월 승강장 연장과 증축을 했지만 2005년 7월, 통근 열차가 폐지됨으로써 제철역도 없어졌지요.
당시 운임은 353원으로 회사가 부담했었습니다. 철거덕거리는 열차 속에서 시원한 형산강 물결을 내려다보며 답답한 가슴을 열어 젖혔고, 쇳물에 찌들린 붉은 열정을 강물에 띄워 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통근 열차 운행 30년간, 총109만㎞에 657만명을 실어 날았어도 안전사고 없이 무사고 운행이었음이 철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한국철강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던 애환의 이 기차길들(포항역, 효자역, 제철역)이 이제는 시민의 건강을 위한 산책길로 탈바꿈되어, 포항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그때 철강산업의 길에서, 지금 ‘힐링의 길’로 변모된 것이야 말로, 진정 상생(相生)의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힐링공간으로 건강의 길, win-win의 길, 그래서 영원한 상생의 길이 되어 계속 뻗어나가길 빌어봅니다.
효자동 ‘효자맛집’ 골목 야경
안강에서 포항 유강터널을 지나면 바로 기찻길 옆 효자동. 이곳 효자시장 맛집 골목이 요즘 ‘포항 효리단 길’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서 이름난 맛집이나, 상가 거리를 ‘~리단길’로 이름하여 사람들이 모이는 것처럼, 효자동에도 ‘~리단길’을 붙여 ‘포항 효리단길’로 부르나 봐요.
이곳은 50여년전부터 포항제철 직원 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이어 포스코 학원 단지, 포항공대와 관련 연구소가 주변에 생기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시장으로 크게 번성되어 갔지요. 그리고 SK아파트단지까지 크게 자리 잡으면서 시장 규모가 확산되어 갔어요.
그러다가 요새 와서는 폐선로자리에 힐링 숲길이 조성되면서 산책 코스로 이용되고 있으며, 근처에 식당, 카페, 고기집, 빵집, 회집, 술집 등이 이어지면서 맛집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시장 골목에도 천정 아케이트가 설치되고, 건물들도 4~5층 신식으로 변형되면서, 식사나 술로 피로를 푸는 좋은 휴식 공간으로 소문나고 있습니다. 휴일 저녁 가족과 함께 신록의 ‘코레일 숲길’을 걸으며, 이 포항효리단 골목 야경도 찾아보면, 더욱 좋은 힐링 기분이 되어 마음 흐뭇해질 것입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사&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