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53)
헛개나무
헛개나무는 갈매나무과에 속하며, 우리나라 남부지방․중부지방․강원도와 황해도 이남 지역 해발 50~800m 지역의 산지에 자생하고 있다. 낙엽교목이며 높이가 10m를 넘고 지름은 1m를 넘게 자란다. 헛개나무의 다른 이름은 지구(枳椇)․백석목(白石木)․목밀(木蜜)․금조이(金釣梨)․이조수(梨棗樹)․호깨나무․허리깨나무․호리깨나무․볼게나무이며, 약명은 지구자(枳椇子)라고 한다. 잎은 넓은 달걀 모양으로 산뽕나무 잎을 닮았고 6월에 백색의 꽃이 피어 10~11월에 열매가 가지 끝에 갈색으로 익는다.
헛개나무는 붉은 과경(果梗:열매 자루)의 생김새가 특이하여 사람의 눈을 끈다. 가지 끝에 붙은 꽃꼭지가 씨앗이 익을 무렵에 살이 쪄서 울툴불퉁한 열매 자루가 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산호를 닮았으며 따서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약간 떫은 맛이 난다.
헛개나무의 용도는 식용․관상용․공업용․약용에 쓰이고 과경을 먹으며 정원수 및 목재 세공재(細工材)로 쓰이며, 한방과 민간에서 열매와 줄기를 주독(酒毒)․진토(鎭吐)에 약재로 쓴다.
중국의 옛 책에는 헛개나무가 술독을 풀어내는데 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적혀 있다.ꡐ어느날 머슴이 헛개나무 장작을 패다가 옆에 갖다 놓은 술을 먹었는데 술맛이 아니고 물맛이라서 유심히 보니 장작의 조그마한 토막이 날아와서 술단지에 빠져 있었다ꡑ고 하였으며, 또한ꡐ어떤 사람이 헛개나무로 집을 수리하다가 잘못하여 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곧 술이 모두 물이 되었다ꡑ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만큼 실제로 헛개나무의 열매나 잎, 줄기는 술독을 푸는데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나무를 넣고 달인 차를 마시면 술이 빨리 깨고 숙취도 없어진다고 하여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무이다.
헛개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수 없이 많은데,ꡐ집 밖에 헛개나무가 있으면 집 안에서 술을 빚어도 술이 익지 않고, 헛개나무 밑에서 술을 담그면 술이 물처럼 되어 버린다ꡑ고도 한다. 헛개나무를 달여서 물을 마시듯이 상복을 하면 숙취 뿐만 아니라 오장의 기능을 순조롭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헛개나무가 몸에 좋다고 하여 수요가 많으니까 중국의 헛개나무가 약용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에서 자란 것은 대개 열매가 작고 씨앗에 검은 빛이 돌며 단맛이 적다. 약효도 우리나라 헛개나무에 비하면 훨씬 떨어진다고 한다.
연말을 맞아 회식이 잦은 요즘 이 글을 읽고 헛개나무의 효능만을 믿고 과음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