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은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이름에서 애잔한 안타까움이 베어 나온다. 이팝이란 말이 이밥, 즉 쌀밥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이밥이라는 말은 ‘이씨의 밥’이라는 말의 줄임으로 조선시대 초기에 나온 말로 알려져 있다.
조선을 건국한 주역들은 백성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적으로는 전국의 황무지를 개간해 논밭을 만들어 곡물 생산을 늘였다. 조선시대 역대 가장 토지결수가 많았던 때가 세종대왕 시대였다는 사실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밥이란 말이 나온 것은 이씨의 왕조가 들어서서 백성들이 쌀밥을 먹어볼 수 있게 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밥에 고깃국’은 아무런 부러움이 없는 최고의 상태를 일컫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태평성대는 길지 못했다. 양반 관료사회가 부패하고 삼정이 문란해지면서 백성들은 다시 굶주리기 시작했다. 특히 조선 말기로 접어들면서 세도정치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탐관오리가 날뛰면서 유민이 생기고 화적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 일반백성들은 쌀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이밥’은 다분히 백성들을 현혹한 말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쌀은 구경도 하기 힘들었고 주로 콩, 귀리, 옥수수 같은 것을 먹었고 뒤에 구황작물이 보급되면서부터는 감자 같은 작물들을 더 많이 먹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이밥은 그저 가뭄에 콩나듯 아주 가끔 먹은 그야말로 꿈같은 밥이었다.
굶주린 백성들의 눈에 띈 하얗게 빛나는 꽃은 마치 밥그릇에 가득 퍼담은 쌀밥과 흡사해보였다. ‘이밥나무’가 이렇게 만들어졌고 그게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
경주의 이곳저곳이 온통 이팝나무로 빛나기 시작했다. 많은 경주 SNS들이 이곳저곳에서 이팝나무를 찍어 올리는 가운데 지연화 씨도 최근 페이스북에 연이어 이팝나무 풍경을 올리며 또 다른 경주의 아름다운 경치를 선보였다. 이팝나무가 가진 이야기와 상관없이 지연화 씨가 올린 사진들은 소담스럽고 넉넉하다. 쌀이 좋은 경주라 이팝나무가 풍성해 보이는 것도 경주와 어울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