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힘당의 윤석열 후보는 불과 0.73퍼센트의 득표 차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이것이 작은 표차이기는 해도,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5년간 해놓은 탄탄한 재집권의 시나리오를 뒤엎은 결과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20년 내지 50년의 장기집권 마스터플랜을 짜놓았고, 그 실효성은 거의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 성립된 일종의 공식 즉 보수건 진보건 두 번의 연속 집권기간은 허여된다는 것을 허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당선은 하나의 기적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의 10년을 거치며 형성된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의 의사와 운동권세력에 대한 염증이 만들어낸 ‘시대정신’의 바람을 등에 업고, 이처럼 기적적으로 당선되었다. 이 전반적 과정에 관해서는 졸저 ‘기득권을 넘은 공정세상’에서 상술하여 놓았다. 흥미가 있는 분은 이를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다 아는 대로, 민주당 주변의 모험주의 세력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혹은 탄핵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민주당의 일부 국회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며 과격한 막말의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지금은 민주당 전체가 ‘입법독재’를 행사하며 정권재탈환의 야문 꿈을 꾸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로 ‘대선불복’이다. 그러나 ‘대선불복’은 야당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와 국힘당 내부에서 경선하였던 국힘당의 노련한 정치인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들의 목소리에 고저는 있었어도 대통령후보를 뺏긴 것에 대한 억울한 유감이 언제나 묻어있다.  물론 홍 시장은 보다 현실적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대구시정의 책임자로서, 한동안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외관을 보여주기는 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취임 당일부터 지금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그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자당의 대통령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 헌정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일일뿐더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예이다. 그 둘은 윤 대통령의 당선을 뜻밖에 찾아든 행운으로 여긴다. 그들의 의중은 로또 1등 당첨자에 대해 주변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거의 같다고 본다. 특히 홍 시장이 강하다. “내가 당원투표에서는 졌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이겼다”고 하며, 자신이 대통령후보가 되기만 했으면 당선은 또 틀림없었다는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에 대한 여론조사의 호의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 대한 민주당 측의 두려움이 빚어낸 ‘역선택’의 결과임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향후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윤석열 정부를 향하여 냉정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 것이다. 유승민, 홍준표 두 사람은 좀 더 자신에게 엄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한갓 ‘정치적 야심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준석 전 당대표의 말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윤석열 후보가 토론 몇 번 하면 나가떨어질,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대단히 부족한 인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의 토론과정을 상기해보라. 거듭된 토론 내내 토론을 이끌어가는 ‘상황지배력’은 윤 후보가 두 사람을 훨씬 능가했다. 그리고 국민은 시종일관 민주당 후보를 상대하여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윤석열 후보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여하튼 ‘정치초년생’인 윤 대통령은 바깥의 적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적까지 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누구의 말마따나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이 포위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김기현 당대표체제가 세워졌으나 짧은 기간이긴 해도 지금까지의 상황전개를 보면, 기대처럼 큰 의지처가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앞으로 권영세 장관이 국회로 돌아온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소극적인 농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안팎의 대선불복세력에 의한 포위를 풀기 위해서는 성 밖의 국민을 향해 절실한 도움의 요청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기댈 것은 국민의 성원밖에는 없다. 지지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국민들까지 나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 그를 기꺼이 돕겠다는 태세가 형성되면, 내부의 적이건 외부의 적이건 모래성처럼 보잘 것 없어진다. 다시 한번, 더욱 큰 시대정신인 ‘공정’의 빛나는 깃발을 들며, 그들을 껴안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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