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방된 SBS 방송의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2’가 많은 후일담을 남겼다. OTT방송 쿠팡플레이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16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등극했다. 최근 SBS가 다시 3편까지 제작결정했다고 밝힐 만큼 흥행 카드로 부상하기도 했다. ‘모범택시2’가 이처럼 인기를 얻은 비결은 간명하다. 힘없는 이들을 아픈 곳을 시원하게 가라앉힌 통쾌한 장면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모범택시1’편부터 시작된 ‘복수대행 써비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병리현상들, 일방적인 폭력과 그로 인한 억울함과 좌절, 분노들을 다루어 왔다. 이를테면 학폭에 시달리는 학생을 지금도 각 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을 다루었다. 여기에는 정치인과 부유한 상류층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나오는데 이것은 현실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그 억울함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에도 정치 일선에 나설 뻔한 유력한 검사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였지만 검사였던 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만행을 덮어버렸다. 노인을 위한 공연, 효도 나들이 등을 미끼로 시골 노인들에게 저질 전자제품을 판매해 돈을 갈취하는 악질 판매자들이 지금도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며 전국 곳곳에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부모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세태까지 맞물려 노인들의 쇠락을 부채질 한다. 제품에 대한 정보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이 오로지 감언이설에 이끌려 폭리와 바가지에 노출된 노인들은 드라마에서 나온 시골 노인들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사이비 종교가 개인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가 하면 멀쩡한 가정을 파탄에 몰아넣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법적인 다단계 사업을 운영하며 개인의 재산을 갈취한 돈으로 정관계와 검찰과 경찰, 언론에 검은돈을 뿌려 천문학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일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파렴치한 일들의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어중간한 중간 책임자 몇을 직위해제하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졸속 매듭지어지기 일쑤였고 의혹들은 대충 며칠쯤 방송언론에서 떠들다가 묻혀버리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세간에 널리 알려진 ‘버닝썬 사건’이 거의 이름만 바꾼 ‘블랙썬 사건’으로 포장되어 모범택시에 나타난 것은 압권이었다. 현실에서 그랬듯 모범택시에서도 수사 경찰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모범택시는 경찰의 죽음을 끝까지 파고들어 그 억울함을 해소해 주었고 범죄의 진상을 백일하에 드러내 관련된 악당들을 모두 단죄했다. 그러니 이런 속 시원한 결말을 보는 시청자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범택시가 보여준 ‘복수대행 써비스’는 단순히 드라마 속 복수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시청자들의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해소해 준 서비스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범택시 류의 소설과 드라마, 영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단한 인기를 기록했다. 홍길동전이 국문학사에서 중대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나 홍명희의 임꺽정전이 아직도 명작으로 읽히고 김홍신의 인간시장, 황석영의 장길산 등의 소설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것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재 된 억울함과 분노를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로빈 훗이나 월리엄 텔 같은 소설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범택시에 악당들을 물리치는 통쾌한 액션이 있었다는 것도 인기의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드라마 속 김도기 기사의 액션은 마치 홍길동의 도술과 임꺽정의 힘, 장길산의 땅재주, 장총찬의 무술, 로빈 훗과 월리엄 텔의 활 솜씨를 보는 듯한 통쾌함을 안겨 주었다. 여기에 첨단자동차와 영화에서 보는 FBI나 CIA를 방불케 하는 첨단시스템 활용, 블록버스터급 CG, 비현실적이지만 손가락만 갖다 대면 다 해결되는 현란한 해킹 등도 보는 눈을 즐겁게 했다. 이를테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대한 악에 맞서는 슈퍼히어로들은 언제나 환영받는다는 것을 모범택시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결국 시대와 나라를 떠나 사람들이 갈구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은 정해져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과 그 권력에 기생해 뱃속을 불리는 무리들이 일순 제 세상을 만난 듯 횡행하지만 악의 검은 기운은 결코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모범택시가 세계인들의 인생 드라마로 환영받은 이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 주위에서 벌어지는 악들에 대해 사람들이 둔감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비록 드라마 속에서일망정 악한들이 제대로 벌 받는 모습에서 현실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쾌해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권력 쥔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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