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 수중릉은 호국정신과 지도자의 애민사상을 드러내는 가장 인상적인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한편, 용이 된 문무대왕은 무속신앙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신(大神)으로 떠받들어진다. 우리나라 무속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장 큰 신으로 문무대왕신을 떠받든다. 감포 문무대왕 수중릉 맞은편에 굿당이 즐비하고 밤낮 없이 굿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문무대왕신에게 빌 정도면 굿 중에서도 큰 굿이고 빌 내용도 그만큼 절박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굿에 차려지는 음식들도 어떤 굿보다 거창하고 굿에 참석하는 인원도 많다. 비용도 엄청나다. 지난 17일 이채경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무대왕 수중릉 앞에서 굿을 벌이는 장면을 올렸다. 마침 이날은 두 군데에서나 굿이 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댓글에는 모래사장에 제수용 음식물이 마구 굴러다니더라는 말과 경주시에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불평들이 실렸다. 팔공산과 논산도 이처럼 굿이 벌어진다는 댓글도 달렸다. 대체로 굿을 미신으로 보는 냉담한 반응들이다. 그만큼 소란스럽고 제물이랍시고 바다나 모래사장에 투척되는 음식들에 대한 반감도 큰 탓이다. 그러나 굿을 종교적 행위로 이해한다면 문무대왕 수중릉이 그들 나름의 성지가 되는 것이니 굿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형태만 다를 뿐 정통종교도 제물과 기복, 구원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통 종교들이 오랜 경험으로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아 규범화된 반면 굿은 시도 때도 없이 주변을 소란하게 하고 환경을 어지럽히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문무대왕신이 무속인들에게 가장 큰 신이라면 그 신에 걸맞은 위엄과 정형화된 규범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대왕신을 제대로 모시는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어 굿당들이 협의해 굿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거나 음식물 투기 등을 금해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는다면 굿에 대한 일반의 시선들이 바뀔 수도 있고 민속문화로서의 가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해안 지역에서 용왕굿을 지내며 문화재로 대접받는 모습을 익히 보았다. 기왕에 일어나는 문무대왕을 향한 굿이 개인의 해원상생을 도우면서도 긍정적인 민속문화가 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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