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에 따라 기능을 상실한 지역 내 폐역 17개소와 80.3km에 이르는 폐철도 부지 활용을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총사업비가 3550억원으로 추정되고, 개발에 앞선 문화재 시·발굴조사 등과 관련한 난제가 산적해 본격 사업 추진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경주시는 지난 1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폐철도 부지 도시관리계획(정비) 및 개발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폐역사·폐철로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 4월 ㈜경호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겨 주민설문조사,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이날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공개된 폐철도부지 개발 계획안에 따르면 폐역 17곳 중 도심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7개역에 복합·상업·행정·문화·소통·주거공간 조성을 제안했다.
폐역은 경주시가 계획을 수립해 적극 활용하는 ‘지역거점플랫폼 역사’와 민자 유치, 소규모 공영개발을 병행하는 ‘생활권중심 플랫폼역’으로 구분했다.
‘지역거점플랫폼 역사’ 7개역 중 경주역은 공공행정, 상업·업무 등을 중심기능으로 하고, 랜드마크 건물 도입, 도시재생사업 등을 연계한 상업업무복합지구로 조성한다.
서경주역은 복합상업시설과 공원 등 뉴타운개발지구, 불국사역은 역사 존치 및 이를 활용하는 역사문화공원, 입실역은 공동주택 개발 등 주거플랫폼 신주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또 건천역·아화역은 문화공원 거점으로, 부조역은 문화복지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안강역은 현재 추진 중인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과 연계해 북경주 문화복지센터, 안강 문화의 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폐철도는 나머지 10개 폐역과 함께 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개발 사업 추진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도심구간은 ‘도시바람숲길’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그린웨이’ 조성이 기본 골자다. 외곽구간은 자전거 도로, 마라톤 코스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또 다른 ‘그린웨이’ 조성이 핵심이다.
이날 기본계획 용역이 마무리됨에 따라 경주시는 향후 국가철도공단·코레일과 협의를 거쳐 도시관리계획(정비) 및 개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경주시는 폐선부지 활용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시민의견 수렴을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주낙영 시장은 “폐철도 부지의 개발은 새로운 천년경주를 열어가는 중요한 과업인 만큼 경제, 문화재, 관광, 경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역경제 발전과 시민들의 기대감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원확보, 문화재 발굴조사 등은 난제
이번 최종보고회에서는 재원확보, 문화재 발굴조사 등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호엔지니어링이 추산한 사업비는 동해남부선 2500억원, 중앙선 1050억원 등 총 3550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토지매입비 2091억원, 문화재 발굴비 209억원, 조성비 1133억원, 지장물 매입 116억원 등이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경주시가 폐역·폐선 소유권자인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5년~10년 원리금 균등납부에 대한 협의 후 협약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향후 국가철도공단 등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또 공영개발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조달방안도 제안했다. 철도 일부 유휴부지의 경우에는 민간 공모를 시행할 것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민간자문위원들은 예산 확보가 어려운 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가철도공단이 지난해 실시한 동해남부선·중앙선 폐선부지 경주시 구간 개발사업 민간제안 공모에 단 한건도 응모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원마련이 어려운 만큼 단계별 관리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옛 경주역 개발의 경우 문화재 시·발굴조사를 토지소유주인 국가철도공단이 경주시에 매각하기 전 부담할지 여부도 불투명해 난제로 꼽혔다.
한편 경주시가 폐철도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151명 중 63.7%가 경주역 부지는 시청사 이전을 원했고, 동천~황성 2.5㎞ 폐철 구간은 응답자 65.3%가 경주시가 진행하고 있는 ‘도시숲 조성사업’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동해남부선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24.3%로 가장 많았고, 중앙선은 공원조성이 20.5%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교통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은 동해남부선 8.6%, 중앙선 11.7%로 나타났다.
폐철도 ‘임시 활용’ 사업은 속도 낸다
장기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폐철도 부지 활용 사업에 대한 밑그림이 나온 가운데, 경주시는 현재 ‘임시활용’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정부의 폐선·폐역 지정과 함께 그간 철도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지역민들을 위해 임시보행로와 임시주차장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총사업비 3억800만원을 투입해 △황성 제1지하차도(사업비 1200만원) △황성 제2지하차도(사업비 3000만원) △황오지하차도(사업비 2100만원) △황성동 철도 육교(사업비 2400만원) △우주로얄 뒤편(1500만원) △경주역 육교(1억 6500만원) △안강읍 농로 통행로(4100만원) 등 총 7곳에 임시통행로를 조성했다.
또 황성성당 인근 폐철부지(면적 3059㎡)에 사업비 3500만원을 투입해 주차면수 100여대 규모의 임시주차장도 조성했다.
이어 △외동읍 일실역 인근 폐철부지에 사업비 6300만원을 들여 조성 중인 임시보행로(길이 55m 폭 2m) △황성초 인근 폐철부지에 사업비 3000만원을 들여 조성 중인 임시보행로(길이 34m 폭 2.4m)가 이달 말 완공 예정이다.
또 사업비 1500만원을 투입해 황성동 우주타운 북편 폐철부지(면적 2680㎡)에 차량 8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주차장을 6월 완공 목표로 조성 중이다. 이외에도 도시미관을 위해 폐철도 구간 방음벽 철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주시 폐철도활용사업단은 지난달 23일 국가철도공단을 찾아 임시활용 사업 관련 협의를 마쳤다. 이달 중 철거 공사에 들어가 늦어도 5월말까지는 황성·동천동 일대 방음벽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폐철도·폐역 부지 활용은 우선순위를 결정해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할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반면 폐선·폐역으로 인한 불합리한 지역 간 단절을 개선하기 위한 임시활용 사업에 가용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