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별의별 박물관이 다 있다지만 짜장면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똥(해우)박물관, 기생충박물관이 있다. 상여박물관과 심장박물관, 성냥박물관까지 박물관 천국이다. 경주에도 국립경주박물관 외에 대중음악박물관이나 벼루박물관, 자동차박물관 같은 이색적인 사설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2000년 경주의 역사를 볼 때 고려나 조선, 그리고 근대와 현대를 담아내는 박물관이 없다. 자칫 신라만 있는 경주로 굳어지기 전에 ‘경주시립박물관’ 건립을 서두르자. Museum(뮤지엄)의 영어는 고대 라틴어의 ‘뮤제움(museum)’과 그리스어 ‘뮤세이온(Museion)’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문학, 미술, 철학 등의 여신인 ‘뮤제(Muse)를 위한 신전(집)’ 또는 ‘뮤제에 헌납된 사원’을 의미했다. 이곳에 조형 예술품과 보물을 봉헌하고 공연예술을 진행한 다음 기증된 물품은 창고에 보관하였다. 당시에는 수집하고 보관하는 관리의 기능만 하였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Museum이라는 단어가 ‘진리를 탐구하는 토론 장소’로 사용되었고 중세에 이르러서는 수도원이나 사원이 박물관과 도서관 등의 역할을 주로 하였으나 이때부터 수장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뮤지엄이라는 용어의 보편화는 르네상스 시기에 이루어졌다. 17세기 이후엔 유럽 각국의 군주들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예술품과 골동품을 대량으로 수집하여 궁전에 진열하고 공개하기에 이르렀으니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도 이때에 설립되었다. 근대박물관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공공박물관 개념이 정립되고 대중 공개가 이루어졌다. 19세기 이후부터는 분야별 전문 박물관이 자리잡게 되었다. 한자어로 박물관(博物館)이라는 용어의 시작은 1860년 일본 사절단이 미국의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특허국 진열장을 보고 박물관이라고 번역한 데서 유래한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저서 ‘서양 사정(1866년)’에서 박물관이란 세계 중의 유산, 고물(古物), 진물(珍物) 등을 모아 사람들에게 전시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한 시설이라고 정의하였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제31대 신문왕(神文王, 재위 681~692년)이 천존고(天尊庫)에 신기(神器)의 피리 ‘만파식적’과 현금(玄琴)을 보관했다 하여 박물관 기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양식 형태의 박물관은 1907년 순종황제에 의해 건립된 ‘제실박물관’이 처음이며, 1909년부터 대중에게 공개하였다. 한일 강제병합 이후 ‘이왕가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1915년에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건립되었으며, 1930년대부터는 지방에 박물관 분관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는 박물관을 ‘지식의 증대, 문화재와 자연재의 보호, 교육, 그리고 문화의 발전을 목적으로 자연계와 인류의 대표적 유산을 수집, 보존, 전달 및 전시를 행하는 사회적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국공립 박물관과 사설 박물관(대학 박물관, 종교단체 박물관 포함)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역사관, 향토관, 미술관, 과학관, 기념관, 생태관, 전시관, 〇〇집, 〇〇관, 〇〇원, 〇〇재, 〇〇헌 등 다양한 명칭으로 박물관 기능을 하고 있다. 나아가 자연사나 동물원, 식물원, 수목원, 수족관까지 박물관의 범주에 넣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은 44개나 되고 공립박물관은 275개, 대학박물관은 42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하여 시군 기초단체에서 운영하는 종합 박물관이나 전문 박물관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경북도내만 하더라도 55개 박물관이 있으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 박물관은 경산시립박물관, 영천역사박물관, 상주박물관, 예천박물관 등 2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립경주박물관은 그 규모나 수장품 수, 전시유물 수에서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전시에 있어서는 신라 중심으로 특화된 박물관이라는 한계가 있다. 경주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영남을 대표하는 행정 중심지였으며, 유학 등 문화의 중심지였다. 주변 지역에서 선비의 고장이니 문화의 수도니 하며 도시 브랜드화를 가속화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경주는 신라시대 이후의 1천년 역사가 없는 듯이 비쳐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경주시립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주시의회에서 모 의원이 시립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도 있다. 신라 이후의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천도교(동학)의 발상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마을문고(도서관) 운동, 천연기념물 동경이, 원자력 관련, 현대 산업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이 필요하다. 떡박물관, 만화박물관, 심장박물관, 콜라박물관까지 만들어진 오늘날 경주를 알리는 시립박물관은 시민의 숙원이라 하겠다. 경주시립도서관이 새로 지어지면 황성공원의 현 시립도서관을 ‘경주시립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키면 어떨까? 부족한 시설은 차차 확충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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