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관 관람료가 인상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두 명이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면 기본적으로 3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고, 여기에 팝콘이나 음료수까지 더하면 5만원은 쉽게 들어간다는 불평들이 높다. 영화도 영화의 종류에 따라 3D나 4D로 볼 경우 비용이 껑충 더 뛴다. 그러나보니 영화를 보느니 그 비용으로 차라리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보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영화비가 비싸지는 것은 다분히 영화관의 이해타산에 얽매인 듯 하지만 내막을 보면 영화계 전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이제는 한국영화 역시 어지간하면 제작비가 수백억원대를 웃돌고 마케팅에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뿌린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아지고 재미도 커졌지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영화관람료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제작비가 덜 들어가면서도 재미 있고 몰입도 높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영화관람료도 그에 맞춰 적어지지 않을까?
바로 이렇게 최소한의 경비로 몰입감 높은 잘 만든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지금 소개하는 영화 두 편은 분명한 공통점을 몇 개 가지고 있다. 첫째, 두 편 모두 스타급의 배우가 전혀 고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 두 영화 모두 단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딱 한 번씩 공간을 벗어나는데 그 역시 그 공간과 이어진 바로 지척의 외부 공간일 뿐이다. 셋째, 이야기 전개가 긴박감이 넘쳐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울 만큼 몰입도가 높다는 점이다.
그 두 영화는 맨 프롬 어스(Man from Earth-2010)와 아웃핏(Out fit-2022)이다. 맨 프롬 어스는 무려 1만4000년을 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장르가 SF로 분류된 영화인데 SF를 과학적 가상(Science Fiction)이라 해석하면 분명히 SF라 할 수 있지만 그 흔한 우주선이나 에어리언이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 황당한 SF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파격적인 줄거리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떤 고고학 교수가 10년째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며 그 학교에서 정든 교수들과 헤어지는 석별의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다룬다. 이 속에는 인류의 발전과 종교의 변화에 따른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데 그 내용 역시 매우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대화가 펼쳐지는 거실에서 전부 찍은 것이다. 딱 한 번 주인공이 자신의 집을 떠나기 위해 트럭에 오르는 장면만 거실과 다른 부분이다.
또 하나의 영화 ‘아웃핏’은 갱단의 양복을 재단해주는 재단사와 관련한 영화다. 배경은 1960년대 시카고. 줄거리는 영국 런던에서 시카고로 이주해온 어느 양복 재단사의 재단실에 설치된 비밀 박스를 조직간 비밀스런 통신창구로 사용하던 갱단이 내부적인 사건에 휘말려 서로 죽이고 죽는다는 것이다. 이 상황이 어찌나 긴박감 넘치는지 한번 영화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이 영화 역시 재단실과 응접실 두 공간, 더 엄밀히 말하면 양복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모두 촬영되었다. 단 한 번 주인공이 양복점을 불태우고 떠나면서 밖으로 나올 뿐이다. 이 영화는 장르가 액션인데 몇 번의 주먹질과 몇 번의 총질 이외에 이렇다 할 액션이 거의 없다.
한편은 SF영화이지만 우주선이나 외계인이 없고 한편은 액션 영화인데 다이나믹한 총싸움이나 화려한 액션이 없다. 그런 점에서 두 영화는 오히려 심리스릴러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법한 영화다. 그러나 재미로만 보면 어떤 SF와 액션 영화도 따라올 수 없는 명작의 재미가 차고 넘친다.
짐작하건데 이 두 영화는 영화제작비가 말할 수 없이 싸게 들었을 것이다. 유명 배우가 한 명도 없으니 출연료도 일반 영화 출연료의 10분의 1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출연 배우도 열 명 미만이고 단역이나 엑스트라도 없다. 참고로 단역은 짧아도 연기나 대담이 있는 배우고 엑스트라는 행인1, 포졸2 등 역할 없이 배경에 섞여 있는 역이다.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영화비도 블록버스트급 영화보다 훨씬 덜 받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몹쓸 생각을 해본다. 아마 모든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면 틀림없이 영화비가 3분의 1쯤으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제값을 받고 제대로 대접받는 것은 더 좋은 일이지만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를 영화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그래서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이 현격히 준다면 오히려 영화의 가치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