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때가 있을까? 혹은 공부는 꼭 어려서 해야 할까? 그보다 더 궁극적인 질문,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가 과연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더군다나 공부의 요체라는 지(知), 덕(德), 체(體)는 소홀하기 이를 데 없고 영(英), 수(數), 국(國)이 대세를 이룬 어린 시절 학교의 공부는 과연 인생에서 평생 동안 몰입해서 배울 가치가 있을까?
그 물음에 반기를 든 일대 사건이 며칠 전 페이스북에 나타났다. 경주에서 식모회를 이끌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행복공유냉장고’를 설치하는데 적극 앞장서 온 김은정 씨가 오래 미루어 두었던 고교졸업 검정고시를 치기 위해 시험장으로 가는 모습을 올렸기 때문이다. 무려 55세에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김은정 씨는 자신의 말로 하면 고교시절 농띠 부려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하고 ‘가리느까’ 검정고시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밝혀놓았다. 이 일로 4월 8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는 무려 219개의 ‘좋아요’가 붙었고 4월 9일에 연이어 올린 글에도 11일 오전 현재 125명의 ‘좋아요’가 붙었다. 이틀 동안 달린 댓글도 200여 개가 넘었고 모두 김은정 씨의 늦은 도전을 응원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김은정 씨는 과연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인가? 자신의 말대로 ‘가리느까’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치를 만큼 모자라는 사람일까? 댓글만 봐도 김은정씨는 어떤 고교졸업자나 대학졸업자, 심지어 석박사 받은 사람들보다 훌륭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비록 어린 시절 잠시 공부에 소홀하고 ‘농띠’를 부렸을망정 자신의 인생에 소홀하지 않았고 중년이 된 지금은 오히려 많은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 씨는 기자에게 일단 5월 9일 합격자 발표가 나면 왜 고등학교를 도중에 그만 두었는지도 밝히겠다면서 “고등학교 졸업 못한 게 무슨 자랑이라꼬~~” 라며 웃었다. 합격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댓글과 응원으로 김은정씨 인생에 합격점을 주었기에 김은정 씨의 이 도전은 오래전 통과하지 못했던 단순한 의례일 뿐이다. 공부에 때가 있냐고 묻는다면 ‘영수국은 몰라도 사람 구실하게 하는 공부는 때가 없다’는 대답이 김은정 씨에서 울려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