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논쟁도 나비 효과의 일종일까?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고 소셜미디어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둘이서 같이 주문한 문제의 요리는 토마토 스파게티라고 했다. 관련 기사를 실은 워싱턴포스트(WP)는 실명을 공개한 어느 여성의 말을 인용하면서 ‘외식을 하는 건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게 아니겠냐?’며 대통령이 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건 ‘바보 같은 짓(silly)’이라고 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주문도 마음대로 못 하는 미국 대통령이 참 불쌍하다 싶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걸 주문했다고 바보 소리는 안 들었을 텐데 말이다. 왜냐, 우리에게는 “마카다 짬뽕!”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동일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순응’이라고 해석한다. 개인이 집단의 행동이나 의견에 순응하는 경향이라고 본 것이다. 주문은 생각보다 어렵다. 메뉴판을 뒤적이며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뭘 주문하는지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동료 압박(peer pressure) 문화에 익숙하다. 전체의 선택에 동참함으로써 음식을 먹는 내내 당할(?) 무언의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마카다 짬뽕’ 식의 주문은 개인으로서는 자신이 그룹에 속해 있다는 신호를, 집단으로서는 유사성을 의미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동료나 지인과 함께 식사한다는 건, 개인이 사회적 규범에 순응할 필요성을 느끼거나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멀게만 느껴지던 선배의 “언제 밥 한번 같이 하자”는 말이 그래서 중요한 거다. 반대로 “넌 국물도 없어!” 하는 식의 표현은 사회적 보호망으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음식의 주문이 편리함이나 단순함에 대한 욕구니, 메뉴가 많거나 익숙하지 않은 요리 앞에서는 보통 친숙한 요리나 공동의 픽(pick)을 따르는 경향이니 뭐니 해도 우리 MZ세대들의 주문 방식은 확실히 다르다. 남 눈치 안 보고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주문한다거나 회식 때 고기 안 굽고 당당히(!) 먹기만 하는 신입 사원들 등이 그들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모두가 짬뽕만 시키면 맛있는 짜장면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게 밥 한번 같이 먹는, 작지만 큰 의례를 거치면서 비로소 식구(食口)가 된다. 밥 먹는 입이라는 직역보다는, 같은 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가족, 또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맥락적 해석이 더 적절하다. 가족이나 부서 직원 등 식구의 특징은 어쩌면 동일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질성에 있다. 그럼 맛은 동질성의 일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한 가정에도 누구는 매운 걸 좋아하지만 누구는 아닌 경우도 많다. 기술적으로 표현하자면 ‘맛봉오리’의 차이 때문이다. 미각을 맡은 기관이 꽃봉오리처럼 생겼다고 맛봉오리(test bud)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초등학교 때 배웠던 혓바닥의 맛봉오리 분포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혓바닥 앞쪽이 단맛을, 혀의 좌우 양쪽이 신맛을, 혓바닥 뒤쪽이 쓴맛을 느낀다고 배워왔지만, 그것은 괴담에 가깝다고 한다. 그 맛 분포도는 1942년 하버드의 심리학자 에드윈 G. 보링이 독일의 어느 논문을 잘못 해석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거다. 여기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우리는 약 1만개의 맛봉오리를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은 주지하다시피 혓바닥에 있다. 그런데 정작 혓바닥 한가운데에는 맛봉오리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목 안쪽과 창자에도 미각 수용기가 있다고 한다.  약을 삼킬 때 쓴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신기한 것은 심장에도 허파에도 맛봉오리가 있다는 점이다. 가슴이 휑하거나 벅차오르기도 하지만 이제부턴 달콤 쌉싸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히 압권은 정소(精巢)에도 맛봉오리가 있다는 사실. 생식기관인 음낭에 그게 왜 있어야 하며 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쩌면 온몸이 식구(食口)라는 걸 증명해내는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의 잘못(?)된 주문이 가져온, 어처구니없는 결론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