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미국의 헐리우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 헐리우드 외에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영화산업을 넓혀가는 곳이 중국과 인도다. 특히 인도는 ‘발리우드’라는 말이 생길 만큼 영화산업에 남다른 투자와 기술을 자랑한다. 그러나 인도영화에 대한 국내 팬들의 인식이 멀어 아직은 본격적인 국내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팬들을 확보하고 입소문으로 돌려보는 대표적 발리우드 영화가 ‘세 얼간이(3 Idiots-2011)’다. 영화 제목은 ‘세 얼간이’지만 실제로는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에 입학한 세 명의 천재 공학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가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생에서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무엇이건 공부 아닌 것이 있겠는가만 여기서는 제도권의 틀에 짜놓은 ‘학교 공부’를 뜻한다. 영화에는 세 명의 주축 인물과 역시 세 명의 주변 인물이 드러난다. 주축 세 명은 늘 붙어다니는 최고의 천제이자 말썽꾼인 란초와 자신의 꿈보다 아버지의 꿈을 따라 사는 파르한,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어떻게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자 하는 라주 등이다. 세 명의 주변인은 학생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바이러스 교수, 그의 딸 피아,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차투르다. 이들이 벌이는 재미있는 사건들은 이 영화 전체를 매우 코믹하게 꾸민다. 란초는 예측을 불허하는 괴물이자 대단한 말발을 지닌 천재다. 그가 중심이 되어 일으키는 사건은 영화를 온통 들쑤신다. 그는 고리타분한 학교체제와 성적에만 광분한 바이러스 교수를 난타하며 학생들의 주목을 끈다. 그와 친하면서 아버지의 압력과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드는 파르한과 라주, 그러나 예측하듯 이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 사이에 바이러스 교수의 딸 피아가 끼어 긴장을 줄이기도 하고 높이기도 한다. 독자들에게 미안하지만 줄거리와 결론은 영화를 통해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반전과 눈물을 쏙 빼는 감동이 서린 영화란 것만은 미리 밝혀둔다. 특히 이 영화는 입시를 앞둔 아들과 함께 아버지 또는 엄마가 꼭 붙어서 함께 보았으면 싶은 영화다. 입시를 앞두지 않아도 자식이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라면 꼭 함께 볼 것을 권하고 싶은 영화다. 장담하건데 부모와 자식 간의 간극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며 자식보다는 부모에게 더 큰 영향을 줄 만한 영화일 것이다. 실제로 기자 역시 이 영화를 아들과 함께 서너 번을 함께 보았고 그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얻고 교육에 대한 훨씬 단단한 신념을 얻었다. 그만큼 영화가 주는 교훈에 공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하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교육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기자는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들과 딸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이 수능을 3개월 앞두고 뜻밖에 게임에 빠져 있어도 야단치지 않았고 딸이 학교 공부는 뒷전인 체 노래만 부르고 다녀도 잘 한다고 칭찬만 했다. 그 결과 아들과 딸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기자가 영화에서 체득한 매우 단순한 사실은 영화의 주제이자 이 영화의 OST 제목이기도 한 ‘알 이즈 웰(Aal izz Well)’이다. 영어로는 ‘All is well’을 인도식으로 쓴 것이다. 노래의 내용은 ‘삶이 힘들면 휘파람을 불자, 미래를 알 수 없으므로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다(알 이즈 웰)’ 정도다. 대부분 학부형들은 자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 채 단순히 사회가 좋다고 하는 일을 시키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무턱대고 학교와 학원에만 끌어다 놓으면 공부가 억지로라도 되는 줄 안다. 그러나 이게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과 돈만 허비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고 그 사이에 자식들은 지치고 불안해 부모와의 벽을 높인다. 공부를 잘하면 잘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해서 시달리는 것이 요즘 청소년들이다. 그게 모두 부모의 욕심과 불안에서 나온 과한 폭주라는 사실을 알 때쯤 부모와 자식은 마음은 좁히기 힘들 만큼 멀어진 후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를 함께 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영화 ‘세 얼간이’가 외치는 ‘알 이즈 웰’은 자식보다 부모에게 반드시 필요한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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